농협경제지주가 지난 4월 유통 자회사들을 운영통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자회사들과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농협경제지주가 유통 자회사들을 운영통합하려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농협 유통4사 노동조합연대는 “농협경제지주가 4개 자회사에 대한 일방적인 운영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자회사들의 독립적인 판매권 강탈을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 “농협경제지주, 수익은 강탈 책임은 전가”

농협경제지주가 재무회계나 발주, 이익관리 등 사실상 본사의 기능을 자회사 중 하나인 ‘농협하나로유통’에 독점시키는 운영통합을 추진, 나머지 4개 자회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농협 유통4사 노동조합연대와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회사들에 대한 일방적인 운영통합을 규탄했다.

농협경제지주는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지주회사 방식의 신용·경제사업 분리 추진에 따라 현재와 같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의 구조를 갖추게 됐다. 농협경제지주는 ▲유통 ▲제조 ▲식품 ▲기타 부문의 4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유통회사는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농협대전유통 등 5개 자회사(주식회사)를 두고 있다. 주요 사업은 국산 농축산물의 유통·판매로 동일하다.

농협경제지주는 자사 홈페이지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의 수취 가격을 높이고,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국산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향후 유통 자회사들을 통합해 단일 회사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유통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4월20일 농협경제지주가 자회사들의 운영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통보했다. 농협하나로유통에게 본사 기능을 부여한다고 돼있다. <시사위크>

노조는 이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유통 자회사의 ‘조직통합’을 전제로 충분히 협조해왔다”면서 “그러나 농협경제지주는 어떠한 협의도 없이 지난 4월20일 사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5개 자회사 중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4개 자회사에 대한 ‘운영통합’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협경제지주는 각 자회사들의 판매권을 농협하나로유통에게 넘기고 나머지들은 판매만 하라고 한다”면서 “이는 독자적인 경영권 박탈이자 자회사들의 수익원을 강탈하는 행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그간 농협경제지주는 구매·판매 효율화를 명목으로 2009년 청과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 가공·생필품 구매권을 직접 행사해왔다. 이후 각 자회사들은 매장별 고객 성향에 맞는 상품판매와 가격 책정 등 독립된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근 온라인쇼핑몰 활성화와 상품경쟁력 하락 등으로 인한 수익 부진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그간 4개 자회사 노조는 경영권 행사 제한 및 수익 부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최고의사결정권자와의 면담을 요구해왔다”면서 “시종일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노조를 무력화시키더니 그에 따른 고통을 유통 자회사들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 농협하나로유통, 무늬만 자회사?

노조는 또 이번 작업이 4개 자회사들을 ‘손자회사화(化)’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을 통해 나머지 자회사들의 수익관리는 물론 직원들의 인사평가, 임금, 구조조정 등 근로조건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농협경제지주 계열 구조. <시사위크>

농협하나로유통은 2015년 3월 농형중앙회에서 마트사업 부문이 분리되면서 설립됐다. 지난 3월 농협중앙회는 유통 계열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도 지난 3월 5일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조직 비효율성 제거를 통한 경영 효율화에 나서겠다”면서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하고 한계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대훈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농협유통노동조합 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농협하나로유통이 농협경제지주 자회사이긴 하지만 직원들도 대부분 농협중앙회 분들이고 내부에서도 여전히 농협중앙회 조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오프라인 매장들이 어려운 상황인데 손자회사처럼 운영될 경우 경영난이 오면 가장 먼저 처분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자회사들도 모두 주식회사라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그래야 고용안정도 보장된다. 그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대훈 위원장은 또 “판매권을 농협하나로유통이 가져가게 되면 나머지 자회사들이 농협하나로유통에서 물건을 사들여서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하게 된다”면서 “없던 중간 유통과정이 생기는 것으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는 자회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운영통합을 중단하고, 조직통합을 협의할 수 있는 노사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또한 유통 4사 1,500여명의 생존권 쟁취를 위해 향후 공동대응 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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