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모든 책임의 핵심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그게 왜 모욕적입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 집필 책임자로 알려진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의 말이다. 그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위장 침투해 폭동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회고록에는 “북한군 개입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이 하나도 없다”면서도 해당 내용이 광주시민들에게 ‘굉장히 모욕적’이라는 지적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80년 봄 남한이 상당히 혼란한 상황이었는데, 북한이 가만히 팔짱 끼고 구경만 했겠느냐” 반문하며 “북한 간첩들의 무선통신 등이 포착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발표된 국과수의 헬기 사격 공식화에 대해선 “구체성이 없고 막연하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최근에 해제된 주한미대사관의 기밀문서도 부인했다. 이 또한 “아주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는 것. 도리어 “지난 70년 동안 남한에서 내부 분열을 일으켜 그 기회를 이용해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이 변한 적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의 기밀문서에는 ‘5·18은 공산주의가 배후에 있지도 않았고 북한군 투입 사실도 없다.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오로지 전두환 전 대통령뿐이었다’고 기재돼 있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대신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당시 보안사령관과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직하고 있었던 만큼 정부 책임자로서 일말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면서도 “광주사태의 모든 책임의 핵심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데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민정기 전 비서관은 ‘가치중립’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광주민주화운동 대신 광주사태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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