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브라이언트가 자신의 농구분석 프로그램에서 르브론의 플레이에 대해 조언했다. 사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관중석에서 포착된 코비(왼쪽)와 르브론(오른쪽). <뉴시스/신화>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많은 NBA 선수들이 은퇴 후 스포츠분석가로 변신하고 있지만, 코비 브라이언트가 농구 분석 프로그램 ‘디테일’을 만든다는 소식이 발표됐을 때 받았던 기대감은 남달랐다. NBA 선수들 중에서도 ‘농구 덕후’로 유명한 만큼 전술 이해도와 분석력 측면에서 내공이 깊은 그이기 때문이다. 선수 인터뷰나 유명인 섭외가 아닌, 전술 분석에 집중할 것이라는 코비 본인의 공언도 있었다.

최근 공개된 ‘디테일’의 다섯 번째 회가 분석한 대상은 다름 아닌 르브론 제임스였다.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평균 34.2득점·9어시스트·9.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코비는 ‘디테일’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처럼 르브론 제임스가 정규시즌에서 보스턴을 만났을 때 펼친 플레이 하나하나를 해부했다. 우선 분석대상이 된 것은 3쿼터 초반 르브론 제임스가 1대1 공격을 시도하는 장면이었다. 하프코트부터 볼을 들고 넘어온 르브론은 마커스 모리스를 상대로 골밑 돌파를 시도했으며, 장기인 레이업 슛을 올려놓았지만 공은 림을 되돌아 나왔다.

코비는 르브론이 돌파한 곳이 보스턴 선수 전원이 도움수비를 올 수 있는 위치였다고 지적하며 “나는 이와 같은 공격을 가능한 적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체력 소모가 많은 공격방식인 만큼 꼭 필요한 타이밍, 즉 4쿼터의 승부처를 위해 아껴둘 수 있다는 뜻이다. NBA 파이널에서 보스턴 셀틱스와 두 차례 맞붙었던 자신의 기억도 되살렸다. 코비는 “나는 체력을 아끼면서 동시에 경기도 지배해야 했다”고 회상하며 그 비결로 템포 조절을 뽑았다.

코비가 분석한 르브론의 다른 플레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클리블랜드의 공격과정에서 르브론은 팀원의 스크린을 받고 골밑에서 손쉬운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를 점했지만,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대신 외곽 지역으로 나와서 공을 전달받았다. 골대에서 먼 지역에서 공을 쥔만큼 르브론은 보스턴 수비를 상대로 더 어려운 공격을 펼쳐야했다. 코비는 이에 대해 “외곽을 겉도는 대신 4쿼터를 위해 (체력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생략할수록 1대1 공격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더 열심히 플레이하라는 것이 아닌, 더 똑똑하게 플레이하라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르브론이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로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은 코비의 조언을 되새기게 만든다. 지난 13일(현지시각)열린 동부지구 결승 1차전에서 르브론은 보스턴의 수비에 봉쇄당하며 15득점(야투성공률 31.3%)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2차전에선 1쿼터에만 21득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지만 경기 후반부에선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했다. 그가 이날 2·3·4쿼터에서 올린 총 득점은 1쿼터와 같은 21득점이었다. 또한 수비 상황에서 스위치 디펜스와 도움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모습도 보여주며 체력에 대한 우려도 증폭시켰다. 클리블랜드는 현재 보스턴에게 시리즈 스코어 2대0으로 뒤쳐진 상태다.

보스턴과 클리블랜드의 동부지구 결승 3차전은 한국시각 20일(일요일) 오전 9시30분에 열린다. 구장이 보스턴의 TD가든이 아니라 클리블랜드의 홈 퀴큰론즈 아레나인 만큼 클리블랜드 팬들은 달라진 경기력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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