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4세 경영시대가 임박한 가운데, 보락과 깨끗한나라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구몬부 회장의 건강악화로 LG그룹의 ‘4세 경영시대’가 임박했다. 대를 이어온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원만한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 회사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 구본무 회장 건강 악화… ‘장자승계’ 원칙 따라 구광모 급부상

LG그룹의 지주회사 LG는 지난 17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신규 사내이사에 선임키로 했다. 해당 안건을 다룰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6월 29일 열릴 예정이다.

LG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구본무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데 따른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는데, 최근 수술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LG그룹은 4세 경영시대를 향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 등의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가족 간의 관계가 유독 끈끈한 것으로 알려진 LG그룹 오너일가는 ‘장자승계’ 원칙을 대를 이어 지켜오고 있었고, 이를 위한 사전준비도 이미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명예회장인 1969년 타계하자 그의 장남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을 승계했다. 이 과정에서 고 구인회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구자경 명예회장의 삼촌인 고(故)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자경 부사장을 제2대 회장으로 추대하자”고 제안한 뒤 스스로 물러났다.

3대 승계 과정에서도 이러한 전통은 이어졌다. 구본무 회장은 1995년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물려받았는데, 그 직후 고(故) 허준구 LG전선 회장, 고(故) 구평회 LG상사 회장, 고(故) 구두회 호유에너지 회장, 고(故)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 등이 일제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 보락-깨끗한나라 상한가… 재계 혼맥이 낳은 현상

이런 가운데, 다른 기업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식품첨가물 및 원료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보락이다. 보락의 주가는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가 단숨에 급등세로 돌아섰다.

보락의 주가 상승은 구광모 상무의 부상과 관련이 깊다. 구광모 상무의 부인이 정기련 보락 대표의 장녀다. 주식시장에서는 구광모 상무가 LG그룹 수장으로 등극하면, 보락과 LG그룹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보락은 혼맥에 의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LG생활건강은 1990년대부터 보락과 거래관계를 맺어왔는데, LG생활건강이 보락의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4%에서 2012년 8.61%로 증가했다. 2012년 이후엔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러한 전례로 인해 보락의 주가는 더욱 들썩이고 있다.

깨끗한나라의 주가가 덩달아 급등한 배경도 흥미롭다.

깨끗한나라 우선주는 지난 17일 13.70% 상승한 뒤 18일엔 개장하자마자 상한가로 올라섰다. 장초반 이후에는 매도물량이 없어 거래자체가 없었을 정도다. 깨끗한나라 주가 역시 지난 17일엔 소폭 상승에 그쳤으나, 18일엔 상한가로 마감했다.

깨끗한나라 주가가 들썩인 이유 역시 구광모 상무와 연결된다.

구본무 회장은 외아들이 10대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기 어렵게 되자,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상무를 2004년 양자로 들였다. LG그룹 오너일가가 ‘장자승계’ 원칙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본능 회장이 최대주주(41.1%)인 희성전자는 깨끗한나라 지분을 28.29% 보유 중이다. 깨끗한나라가 경영위기를 겪던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희성전자가 최대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희성전자와 깨끗한나라의 관계가 특별한 이유 역시 혼맥에 있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의 부인이 구본무 회장 및 구본능 회장의 여동생이다.

즉, 구광모 상무가 LG그룹의 ‘4세 수장’으로 떠오르자 그의 친아버지와 관계가 깊은 회사의 주가까지 뛴 것이다. 희성전자가 비상장사인 점도 깨끗한나라의 주가가 뛴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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