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해치백 클리오를 전격 출시했다. <르노삼성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해치백의 무덤. 국내 자동차시장을 일컫는 말 중 하나다. 실용성이 강점인 해치백은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인기가 높은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해치백은 세단과 SUV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데, 국내 소비자들은 이에 따른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세단이면 세단, SUV면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은 것도 해치백이 많은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였다. 비슷한 체급의 소형 세단에 비해 가격이 더 비쌌다. 고객층은 아무래도 가격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해치백은 이 부분에서 강점이 없었다.

이 같은 배경에 따른 해치백의 부진은 숫자로 확인된다. 현대자동차의 해치백 모델인 i30와 벨로스터는 내수시장 판매실적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해치백과 유사한 왜건 i40도 지난 3월 8대만 팔리는 등 존재감을 잃은 상태다. 하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는 판매실적이 준수한 편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르노삼성자동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에 해치백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을 정복한 해치백 클리오를 전격 출시한 것이다.

르노삼성이 클리오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내수시장 판매실적 하락세가 뚜렷한 가운데, 분위기를 바꾸고 판매실적으로 끌어올릴 활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르노삼성은 처음으로 ‘르노’ 앰블럼을 달고, ‘르노’ 브랜드를 강조하는 모델을 선보이며 마케팅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이달 초 시작한 사전계약은 약 2주에 걸쳐 1,000여대 수준의 계약을 따냈다. 월간 판매실적 목표로 삼은 규모를 가뿐히 넘어섰다. 특히 과거에 비해 실용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것이 르노삼성의 생각이다.

관건은 초반 흥행과 원활한 물량확보다. 클리오는 수입판매 방식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안고 있다. 신차의 성공여부는 보통 초반에 결정된다. 시장의 반응이 좋을 경우, 원활한 공급을 통해 그 분위기를 끌고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수입판매 방식은 이 같은 대응이 쉽지 않다. 좋은 반응을 얻고도 대기기간이 너무 길어 흥행에 실패한 수입판매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

르노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클리오는 ‘해치백의 무덤’에서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클리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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