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사진) LG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20일 LG그룹 등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은 와병 중이던 서울대병원에서 20일 오전 9시52분 세상을 떠났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LG그룹 측은 구 회장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경제의 큰 별인 구본무 회장의 별세 소식에 각계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 향년 73세, 숙환으로 20일 영면

LG그룹은 구본무 LG 회장이 20일 오전 9시 52분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대외 활동을 이어가면서 위독설·사망설이 재계에 확산되기도 했다. LG 측은 이를 지속적으로 부인해 왔지만, 지난 17일 LG전자 구광모 상무를 ㈜LG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이사회 개최 소식을 전하며 구 회장의 와병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해 뇌수술 이후 한남동 자택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투병생활을 해왔지만 최근 병세가 악화돼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1945년 2월 10일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구본무 회장은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장손이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95년 LG그룹 3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 23년간 LG를 이끌어왔다. 그가 회장을 맡은 23년 동안 LG그룹 매출은 30조원대에서 160조원대로 5배 이상 늘었다. 해외매출은 10조원에서 약 110조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LG그룹을 국내 대표 대기업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키운 것.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LG의인상’을 제정해 사회 정의를 드높인 일반 시민들에게 상과 상금을 수여해 ‘바른 기업’ 이미지를 쌓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별세 소식에 각계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논평을 통해 “구본무 회장은 정도경영을 통해 고객에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구본무 회장의 타계를 가슴 깊이 애도하며 한국경제의 번영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역시 “대한민국 경제의 큰 별이신 구본무 회장님께서 별세하신데 대해 경제계는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회장님께서 계셨기에 우리 경제가 지금의 번영과 영광을 누릴 수 있었고, 기업과 국민이 함께 미래의 꿈을 꿀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회장님의 손길은 경제계를 넘어 국내외 곳곳으로 퍼졌다”며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지역의 농촌자립을 돕고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의료지원도 아끼지 않으셨다. 의인상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 만들기에 힘쓰셨으며 젊은이들의 앞날을 위해 교육·문화·예술 지원에 헌신하신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셨다. 이제금 다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회장님 같은 훌륭한 기업인을 잃은 것은 나라의 큰 아픔과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계는 고인의 뜻을 기리고 평소 가르침을 이어 받아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한단계 더 도약하는 한국경제를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구본무 회장은 1995년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노사(勞使)’를 넘어선 ‘노경(勞經)’이라는 신 노사문화 형성을 바탕으로 ‘정도(正道) 경영’을 추구했으며, 당면 현안을 노경이 함께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가치창조의 노사관계를 구현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며 “고인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에 그 슬픔을 이루 표현할 수는 없지만, 경제계는 앞으로도 고인의 뜻을 이어나가 하루 빨리 우리 산업 현장에 선진 노사관계가 정착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국가 경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추도했다.

◇ 장자 구광모, 그룹 승계… 4세경영 본격화

LG가(家)는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외아들인 구광모(사진) LG전자 B2B사업본부 사업부장이 경영권을 넘겨받게 됐다.

LG그룹의 3세 경영인이었던 구본무 회장이 숙환으로 타계하면서 LG그룹의 ‘4세 경영’ 시대가 닿을 올렸다. LG가(家)는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외아들인 구광모(40) LG전자 B2B사업본부 사업부장(상무)이 경영권을 넘겨받게 됐다.

앞서 ㈜LG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는 구 상무의 ㈜LG 사내이사 선임 결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후계 구도를 사전에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공식화했다.

구광모 상무의 친부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이다. 과거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이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가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구 상무를 2004년 양자로 들이며 LG가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서울 경복초, 영동고교를 거친 구 상무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했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뉴저지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쳤다. 올해부터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을 맡았다.

4세 경영이 본격화 됨에 따라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체계가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LG그룹 측은 장례를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길 원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가족장을 치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족 외 조문은 받지 않고 화환도 받지 않을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 씨와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연경, 구연수 씨 등 1남 2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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