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인수합병 공고를 게시한 경남제약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내홍을 겪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이 인수합병(M&A) 추진과 관련, 소액주주들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소액주주모임은 M&A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소액주주 대표가 참여 또는 참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도 침착함을 유지했던 소액주주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현 경영진의 해임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 이례적 M&A 공고... 주식 거래정지 돌파구?

경남제약은 지난 4일 공개입찰을 통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경남제약은 오는 24일까지 적격 투자자에 대한 인수제안서를 접수, 다음달 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경남제약은 이희철 전 경남제약 대표의 회계처리 위반을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주권거래정지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현 경남제약 경영진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 전 대표는 2014년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8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다. 이에 경남제약이 다음달인 이 전 대표에게 16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이 전 대표는 부인 명의 지분 13.79%를 본인 명의로 실명전환하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경남제약은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50억원 규모의 이 전 대표의 주식을 가압류한 상태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올해 1월 보유 주식 234만주(지분율 20.84%)를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에게 전액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에버솔루션이 자금 조달 등의 난항을 겪고 한국거래소도 두 회사의 경영 불확실성을 지적, 경남제약은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경남제약은 지난 4월 12일 거래소에 개선계획서를 제출,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3월 2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된 경남제약은 분식회계 혐의로 과징금 부과와 3년간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조치까지 당하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분석이다.

M&A 공고에 따르면 잠재적 인수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당 1만4,560원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90만 주 이상 인수해야 한다. 신주 인수를 통한 증자 규모는 132억원이다. 또한 기존 4회차 전환사채(CB) 100억원도 매입해야 한다. 해당 전환가액은 6,705원이지만 인수희망자는 1.86배를 할증한 주당 1만2,479원에 인수해야 한다. 이 경우 인수가는 총 317억원에 이른다.

다만 경남제약은 국내 비타민C 1위 레모나를 비롯한 경쟁력 있는 일반의약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레모나 판매와 일용품, 화장품 도매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침묵하던 소액주주들의 반발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경남제약은 수차례 소액주주들과의 면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반발만 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에도 비교적 차분한 태도를 보였던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의 해임까지 거론하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경남제약이 지정한 인수의향서 제출 기간(5월 4~11일)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가 주주들에게 협의나 통보도 없이 지난 4일 오후 기습 공시를 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5~7일이 휴일인 점을 감안하면 서류제출 기한이 사실상 3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이미 내정된 업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아울러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서도 현 경영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재직 중인 관리본부 총괄 전무이사가 이 전 대표가 영입한 인물로, 허위계상 행위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9일과 10일, 17일에는 경남제약 임직원들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M&A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소액주주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첫 면담 당시 사측은 이를 허용했지만 바로 다음날 말을 바꾸고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은 해당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경영진 해임을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들은 임시주총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경남제약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어떠한 사항도 언급할 수 없다”면서 “구두로 설명 시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조심하고 있다. M&A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있다면 그때그때 공시 등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경남제약은 소액주주들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M&A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시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 조치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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