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무역협상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중국 국무원의 류허 부총리(오른쪽).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두 경제대국의 무역 전쟁이 1막을 내렸다. 워싱턴에서 이틀간의 무역협상을 벌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중국 국무원의 류허 부총리는 18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양국이 서로에게 부과하려던 수십·수백억달러 규모의 관세 계획이 즉각 중지됐다.

◇ 악수는 했지만… 세부사항 조율은 ‘첩첩산중’

공동성명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하고 나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구매를 늘리며, 앞으로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과 에너지 산업이 수입을 늘릴 대표 업종으로 발표문에 명시됐다. 또한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왔던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도 ‘침해 방지’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번 합의가 큰 틀에서의 공감대 형성에만 그쳤을 뿐, 구체적인 무역불균형 감축 목표나 이행계획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약점으로 뽑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향후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실무협상에서 난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프닝도 있었다. 합의문 첫 발표 당시 미국 언론은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이라는 소스와 함께 양국이 무역적자를 2,000억달러 가량 줄이는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이 해당 뉴스를 즉각 부인하고 나서면서 양국이 구체적인 목표액수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사실만 더 공고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이 무역흑자규모 축소와 지식재산권 보호의 대가로 미국 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도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미국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IT기업들에 대해 국제조약 위반 혐의 등을 이유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통신장비제조업체 ZTE(중싱통신)의 경우 약 한 달 전 미국으로부터 거래금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는 ZTE가 미국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하는 것도,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각) 트위터에 “ZTE의 거래를 재개하는 방안을 시진핑 주석과 논의하고 있다”고 썼다. 자연히 미국이 무역협상을 위해 해당 문제에서 중국에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진핑 주석에게 미국이 저자세로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척 슈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다만 므누신 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ZTE와 이번 무역협상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 미중 무역협상의 고비가 될 11월 중간선거

CNN을 비롯한 다수의 외신들은 백악관이 중국과 서둘러 협상을 타결한 이유로 북미정상회담을 꼽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관여 없이는 북한과의 평화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선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설령 북미협상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미국과 중국의 장기적인 협력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11월에 열리는 중간선거가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결집시켜온 가장 큰 의제는 공격적인 통상정책이었다. 이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상 논의가 일단락된 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중국을 향해 무역적자 문제에 대한 불같은 수사들을 쏟아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합의문에서 목표 이행을 위한 세부사항들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미국이 다시 대 중국 강경책을 꺼내들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하룻밤 만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미국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나설지도 미지수라고 밝혔다. 또한 친기업적 감세정책과 정부지출을 늘린 새 예산안이 미국 경제계가 수입을 늘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모두 이번 공동성명이 단발성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근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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