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럼과 아스톤빌라가 EPL 승격을 위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아스톤빌라와 풀럼. 아마 오래 전부터 EPL을 즐겨본 축구팬이라면 무척이나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EPL이 아닌 2부리그 챔피언십리그 소속이지만 말이다.

1874년 창단해 오랜 역사를 지닌 아스톤빌라는 1980년대 초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EPL 원년인 1992-93시즌엔 준우승을 거둔 팀이다. 가장 최근 전성기였던 2000년대 후반엔, 마틴 오닐 감독과 함께 특유의 공격적인 팀색깔로 많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2007-08시즌부터 2009-10시즌까지 3년 연속 6위를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강팀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흥미진진한 경기를 많이 만들어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아스톤빌라는 몇 차례 강등위기를 이겨냈지만 2015-16시즌 꼴찌를 기록하면서 결국 강등됐다. EPL 출범 이후 첫 강등이었다. 당시 아스톤빌라는 시즌 내내 고작 3승만을 거두는 등 최악의 성적을 남긴 채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다.

과거 설기현이 뛰기도 했던 풀럼 역시 1879년 창단한 오랜 역사의 팀이다. 다만, 팀 역사의 대부분을 하부리그에서 보냈다. 그런 이들에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시절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다.

2001-02시즌 EPL로 승격한 풀럼은 이후 줄곧 중위권에 머물렀으며, 2006-07시즌과 2007-08시즌엔 가까스로 강등을 모면했다. 하지만 로이 호지슨 감독을 영입한 이후 2008-09시즌 7위에 오르며 팀 역사상 최고성적을 기록했고, 이듬해 유로파리그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줄곧 나쁘지 않은 순위를 기록하며 입지를 다져갔다.

그러나 2012-13시즌 비극이 찾아왔다. 감독이 두 번이나 바뀌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부진을 거듭한 풀럼은 결국 19위로 시즌을 마치며 2부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특히 풀럼은 강등 이후에도 팀이 흔들리며 자칫 3부리그까지 추락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두 팀이 이제 EPL을 향한 마지막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아스톤빌라와 풀럼은 올 시즌 챔피언십리그에서 각각 4위와 3위를 차지했다. 챔피언십리그는 1·2위에게 승격 직행 티켓이 주어지고, 3위부터 6위까지 4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마지막 승격팀을 정한다. 아스톤빌라와 풀럼은 플레이오프 4강에서 각각 미들즈브러와 더비 카운티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주말 마지막 한 경기를 통해 두 팀 중 한 팀이 EPL 승격 티켓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EPL과 챔피언십리그의 차이는 엄청나다. 챔피언십리그 소속 팀은 EPL 승격만으로도 차원이 다른 수익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스톤빌라와 풀럼의 마지막 승부는 그래서 더 흥미롭다. 이 한 경기 승부에 수백·수천억원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스톤빌라와 풀럼. EPL 팬들에게 ‘추억의 팀’이 돼버린 두 팀 중 어떤 팀이 다시금 EPL 무대를 밟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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