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의당 서울, 경기, 인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홍문종-염동열 체포동의안 부결! 민생외면 방탄국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표결에서 부결되자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당이 검찰 수사 중인 두 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5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고 비난했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체포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집계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전체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표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홍영표 원내대표,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인 불체포특권 폐지는 국민들의 오랜 요구였으며 여야가 함께 주장해왔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자가당착이며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특히 민주당 내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온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민심에 반하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반성하고 강력히 대처해나가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당 회의석상에서도 “지난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국회가 촛불의 정신을 잊어버리고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에 대해서 저부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원내대표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진정한 국회개혁에 대한 숙의의 계기로 삼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썩어 빠진 국회 해산을 원합니다’ ‘무기명 투표행위를 없애주십시오’ ‘방탄국회 해산하라’ ‘홍문종, 염동열 체포동의안 찬반명단 공개를 요구합니다’는 등의 분노 섞인 국민들의 공개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반대했다는 게 확인되자 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에게는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이 쏟아졌다고 한다.

민주당은 ‘방탄국회’에 일조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행 국회법 제112조5항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는 규정을 ‘기명 투표’로 개정해 체포동의안 찬반 투표를 실명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손혜원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 때문에 국회 모든 운영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특권 중 하나인 ‘불체포특권’ 폐지 논의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부당한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지만,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을 보호하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논란이 된 홍·염 의원의 경우 각각 사학재단 불법 자금 수수, 강원랜드 채용 부정청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국회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해왔으나, 실제로 폐지된 적은 없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불체포특권은) 16세기 영국에서 입헌군주제를 확립하기 위해 군주가 마음대로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을 체포·구금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며 “영국에서는 이미 1967년부터 불체포특권의 남용을 막자고 해서 개선이 이뤄져오고 있다. 미국·일본·독일도 마찬가지로 우리처럼 무한정 불체포특권이 아니라 제한된 죄목에 의해서(불체포특권을 준다), 미국은 거의 대부분의 형사범죄는 불체포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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