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가 세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의 미래를 짊어지게 된 구광모 상무(오른쪽)의 사돈댁이 다소 씁쓸함을 남겼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LG그룹 4세 경영시대를 이끌게 된 구광모 상무의 ‘사돈댁’이 애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너일가 중 일부가 주식매도를 통해 상당한 차익실현을 거둔 것이다.

구본무 회장의 건강 악화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17일. 이날 그룹지주사 LG는 이사회를 소집해 구광모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을 결의했다. LG그룹이 4세 경영시대를 향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사흘 뒤 구본무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구광모 시대’는 더욱 성큼 찾아오게 됐다.

LG그룹은 ‘김상조의 모범생’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주요 재벌그룹 중 가장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LG그룹을 20년 넘게 이끌어온 구본무 회장은 “편법으로 1등을 할 수 있다면 차라리 하지 않겠다”며 ‘정도경영’을 최우선시 했고, 소탈하기로 소문났다.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에 재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도 많은 안타까움을 표한 이유다. 재벌들의 각종 부정과 비리, 갑질로 얼룩진 세태 속에 구본무 회장은 좋은 본보기를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이러한 추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LG그룹의 미래를 짊어지게 된 구광모 상무의 사돈댁에서다.

구본무 회장의 건강악화 및 구광모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락과 깨끗한나라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LG그룹이 ‘구광모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를 향한 기대감이 주식시장을 통해 발현된 것이었다. 보락은 구광모 상무의 처가 회사이고, 깨끗한나라는 구광모 상무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관계가 깊은 회사다.

그 중 보락의 주가는 17일과 18일 연이틀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21일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난 16일 2,18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가 21일 장중한때 4,775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5일 사이에 주가가 2배 이상 뛴 셈이다.

이런 가운데, 보락의 최대주주 일가 중 한 명인 정희련 씨는 지난 21일 장내매도를 통해 가지고 있는 보락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정희련 씨는 구광모 상무의 장인인 정기련 보락 대표의 사촌동생이다.

정희련 씨가 보유 중이던 보락 주식은 199만7,700주. 지분율은 3.34%다. 대부분 2004년 증여를 받아 보유하게 된 주식이며, 증여를 해준 상대는 정희련 씨의 부친으로 보인다. 2004년 6월 주식을 증여받으면서 0.55%였던 정희련 씨의 지분은 3.65%로 증가했다. 이후 일부 주식 매도를 제외하면, 정희련 씨의 보유주식은 그대로 유지됐다. 유상증자, 주식분할 등으로 인한 변동만 있었을 뿐이다.

2004년 증여받은 주식을 당일 종가로 환산하면 약 3억4,000만원 규모였다. 그런데 지난 21일 매각한 주식의 규모는 무려 94억3,900만원에 달했다. 199만7,700주를 주당 4,725원에 매도했다. 약 14년 만에 30배가 넘는 차익을 실현하게 된 셈이다. 그 사이 보락이 성장한 측면도 있으나, 결정적인 요인은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였다. 만약 주식을 지난 16일 매각했다면 40억원대에 그쳤을 것이고, 올해 초를 기준으로 삼으면 20억원 수준에 불과했을 것이다. 정희련 씨는 사돈댁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며칠 새 최소 2배 가까운 차익을 얻게 됐다.

물론 이러한 주식매각이 불법은 아니다. 내부정보를 통한 거래의 정황이 없을 뿐 아니라,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씁쓸함을 지우긴 어렵다. 사돈댁의 초상 덕분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것 또한 분명 사실이기 때문이다. 법적·경제적 측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으나, 도의적 측면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모범적인 재벌’이란 평가를 받은 구본무 회장의 별세와 관련해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아쉬움이 남고 있다. LG그룹의 미래로 떠오른 구광모 상무의 출발 역시 사돈댁으로 인해 약간의 오점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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