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이 국내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 메인 포스터. < CGV아트하우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의 신작 ‘버닝’으로 돌아왔다. 젊은 세대들의 이면에 눈을 돌려 현시대의 자화상과 인물들을 미스터리하게 그려냈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버닝’. 국내에서도 ‘버닝’할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이제 진실을 얘기해봐”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는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아프리카 여행을 간 동안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한다. 어느 날 벤은 해미와 함께 종수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에 대해 고백한다. 그때부터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 배우들의 열연과 아름다운 영상미 ‘UP’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영화 매체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창동 감독)

“미스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창동 감독의 의도는 확실히 성공한 듯하다. ‘버닝’은 ‘미스터리’ 그 자체이기 때문.

‘버닝’에서 열연을 펼친 유아인(위)과 스티븐 연의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제공>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았다. 종수와 해미의 삶에 불쑥 들어온 벤은 두 사람의 인생에 균열을 일으킨다.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고백하는 벤과 이를 듣고 흔들리는 종수, 또 벤이 고백했던 날 이후 사라진 해미까지 미스터리한 스토리가 힘 있게 전개된다.

해미의 실종 이후부터 전개되는 종수의 벤을 향한 의심과 추적, 그리고 벤의 행적들은 긴장감을 제공한다. 또 종수의 끈질긴 의심은 “해미를 사라지게 만든 것은 혹시 벤이 아닐까?”라는 질문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뛰어난 영상미도 돋보인다. 특히 종수와 벤, 해미가 나란히 앉아 해가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떠한 조명 장치도 없이 자연 풍광 그대로를 담아낸 노을의 모습과 감미로운 재즈 풍 음악이 더해져 아름답고 신비로운 장면이 완성됐다. 또 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종서의 댄스신은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명장면이다.

신인 배우 전종서가 ‘버닝’으로 강렬한 신고식을 마쳤다. < CGV아트하우스 제공>

‘노을 댄스신’을 탄생시킨 전종서는 알려진 대로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다. 강렬한 신고식을 마친 것. 종수의 어릴 적 친구이자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유로운 매력을 지닌 해미를 능숙하게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당돌함과 순수함을 오가며 신인답지 않은 흡입력으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미스터리하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이는 ‘버닝’의 유아인 스틸컷. < CGV아트하우스 제공>

유아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화자를 담당하는 종수 역을 맡은 유아인의 비중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높은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이끈다. 순수한 모습 이면에 예민함을 지니고 있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정체불명의 남자 벤으로 분한 스티븐 연은 다소 어색한 한국어 연기를 펼치긴 하지만 제 몫은 해낸다.

▼ 반전 없는 결말과 불친절한 메타포 ‘DOWN’

‘버닝’은 불친절한 영화다. ‘미스터리’한 스토리가 몰입감을 높이고 긴장감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물음표도 던진다. 고양이와 우물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인지, 해미가 쏟아냈던 말들이 모두 사실인지, 벤이 해미를 사라지게 한 가해자인지 혹은 종수가 단지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등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결말까지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을 알려주지 않아 확실한 답과 반전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결말이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많은 메타포(은유)를 해석하는 것도 관객의 몫이다. 노을, 우물, 고양이, 비닐하우스, 남산 타워, 포르쉐 등 수많은 은유와 상징이 담겨 있지만 어떠한 설명도 없어 보는 이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 147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도 피로도를 높인다.

‘버닝’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전종서와 유아인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제공>

◇ 총평

수많은 메타포와 결말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긴 러닝 타임은 피로도를 높인다. 결말에 대한 의견도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는 시선을 사로잡고 적재적소 흘러나오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은 긴장감을 더한다. 배우들의 호연도 ‘버닝’을 이끌어 가는 힘이다. 특히 신예 배우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이 발견한 한국 영화계의 ‘보석’이다.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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