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공판 법정에서 직접 작성한 모두진술을 읽으며 억울한 입장을 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친필로 작성한 글이 게재됐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 법정에서 읽었던 모두진술이다. 요지는 ‘억울하다’는 것이다.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전부 동의한 것은 혐의 인정이 아니라 “국정을 함께 이끈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건 참담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증거를 다투지 말고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인 자료와 법리로 풀어 달라”고 변호인단에게 주문했다.

MB의 증거 동의로 증인신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불리한 진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MB의 재판 전략이라는 것. 여기에 양형을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무죄 판단을 떠나 옛 참모들을 감싸주는 모습에서 재판부의 재량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실제 MB는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저와 밤낮없이 일한 사람들”이라면서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특히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대해선 “가능한 보호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켰다. 일례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다. MB는 “사면대가로 삼성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면서 “평창올림픽 유치에 세 번째 도전하기로 결정한 후 국익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확정 발표가 났을 당시의 기쁨을 담은 모습이 페이스북 프로필 커버사진이다.

MB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해 재임 중 경험을 전수하거나 봉사와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면서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대한민국 사법의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 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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