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이 영화 ‘독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데뷔 4년 차 배우 류준열이 ‘연기의 맛’을 알았다.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을 통해서다. 그동안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다작 배우’로 입지를 다져온 류준열. ‘연기의 맛’까지 알아버린 그의 ‘열일’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듯하다.

2015년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한 류준열은 같은 해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MBC ‘운빨로맨스’(2016)로 공중파 미니시리즈 주연 자리까지 꿰차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스크린에서의 활약은 더 두드러졌다. 2016년에는 ‘로봇, 소리’, ‘섬. 사라진 사람들’, ‘글로리데이’, ‘계춘할망’, ‘양치기들’ 등 무려 5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지난해에도 ‘더 킹’과 ‘택시운전사’, ‘침묵’ 등 세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는 ‘리틀 포레스트’로 관객과 만났다. 데뷔 4년 만에 ‘다작 배우’ 반열에 올라선 류준열. 그의 다음 행보는 이해영 감독의 ‘독전’이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이다.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이해영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각본을 맡았던 정서경 작가가 협업해 탄탄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여기에 류준열을 비롯 조진웅,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그리고 고(故) 김주혁까지 연기파 배우들의 폭발적인 시너지가 더해졌다.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류준열의 존재감은 빛을 발했다. 극중 버림받은 마약조직원 락 역을 맡은 그는 절제됐지만 내면에는 다양한 감정을 가진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듣고 있다.

류준열이 영화 ‘독전’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 NEW 제공>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류준열은 자신의 연기를 보는 것이 “부끄럽고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저는 제 연기를 보는 게 참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지점이 있어요. 그래서 제 영화를 잘 못봐요. 모니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래서 이번에도 고통스럽게 봤어요. 이렇게 많이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계속 나와서 고통스러웠어요. 주연이 부담됐던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나오면 영화를 보면서 집중이 잘 안돼요. 실수도 보이고 고쳐야 할 지점들이 보이다 보니 집중하기 어렵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류준열이 연기한 락은 마약 제조 공장에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엄마를 잃고 조직에게까지 버림받은 인물이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탓에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캐릭터들과 다른 지점이 많이 있고 대사도 별로 없고 전사가 확실히 없어서요. 배우가 인물을 분석할 때 전사가 큰 역할을 하고 기준점이 되는데 전사가 없다 보니 만드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죠. 근데 그런 지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찍으면서 찾아갔던 것 같아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독전’ 락에 완전히 분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배우 류준열. 해당 영화 스틸컷. < NEW 제공>

평소 밝은 성격이라는 류준열은 락의 외로움과 어둠을 표현하기 위해 감정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몰입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일부러 우울한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고.

“촬영 셋째 날까지 거의 대화를 안했던 것 같아요. 원래 농담도 주고받고 하는 성격인데 거의 혼자 있었어요. 집에서도 우울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배우로서의 삶이랑 대중에게 보이는 삶, 또 실제 모습이 괴리감이 없지 않아 있잖아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락과 주고받을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러한 노력 덕일까. 류준열은 락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저는 사실 촬영장에서 몰입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그렇진 않아요. 편하게 찍는 편이거든요. 인물에 몰입해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런 케이스는 아니라서 고민이 있었는데 이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기존에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재주를 가지고 재밌게 연기를 했다면 이번 영화는 감정적으로 조금 더 많이 집중했던 것 같아요.”

‘독전’으로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는 류준열. < NEW 제공>

감정에 집중했더니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락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류준열에게 연기의 맛을 알게 했다.

“배우와 사이가 좋으면 스크린에 묻어나고 안 좋은 것도 느껴지듯이 똑같은 무표정이라도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스크린에 묻어나는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맛에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촬영 초반 이견이 있었던 이해영 감독과 조율해나가는 과정도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한 신기한 경험이다.

“감독님과 초반에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견이 있었어요. 근데 조율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렸다 싶으면 NG 소리가 들려요. 처음에는 되게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감정적으로 충실하면 OK 사인이 나요. 나중에는 (조)진웅 선배랑 호흡을 맞추는 장면에서 진웅 선배가 고개를 끄덕이면 OK 사인이 나더라고요. 반대로 ‘다시 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하면 딱 NG소리가 들려요. 그때 소름이 쫙 왔어요. 와 재밌다. 신이 나서 연기를 하게 됐어요. 그런 점에서 많이 얻어가는 작품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전작 ‘리틀 포레스트’에서 영농후계자로 순박한 매력을 뽐냈던 류준열은 ‘독전’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락으로 완전히 분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마스크를 가진 류준열이다.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 있는데 ‘얼굴 김밥천국’이에요. 메뉴가 여러 개 있다고(웃음). 계속 그렇게 있고 싶어요. 그런데 확실히 애를 먹긴 했어요. 티가 나더라고요. 거기(리틀 포레스트) 얼굴을 하고 오더라고요. 또 거기에 가면 ‘왜 살벌하냐’고 묻고 여기서는 ‘왜 시골 청년이 돼서 왔냐’라고 하셨어요. 그 차이를 줄이는 작업을 하느라 애썼던 것 같아요. 촬영장 전날 가서 먼저 준비하기도 하고 그런 작업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류준열이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다작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 NEW 제공>

류준열은 조연, 주연 가리지 않고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오고 있다. 쉴 틈 없이 바쁜 행보에 지칠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힘이 넘친다.

“아직 지친 적은 없어요. 너무 재밌어요. 데뷔했을 때 배우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워낙 정신없게 막 배웠다면 지금은 ‘이런 재미가 있구나. 이런 맛이 있구나’ 받아들이면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요. 그 힘으로 가고 있어요. 물론 영화 찍는 내내 재밌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감독님과 제가 생각하는 지점이 같고 그러면 박수치고 집에 가서 편하게 자는 재미가 있어요.”

‘츤데레’ 고등학생, 천재 CEO, 조폭, 영농후계자, 베일에 싸인 인물까지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그다. 맡은 역할마다 맞춤옷을 입은 듯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다. 매일매일 성장하는 배우 류준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배우가 연기할 때 자기 몫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몫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남들이나 전작과 비교했을 때 판단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냥 시나리오를 놓고 봤을 때 내 몫을 꽉 채웠다? 주어진 몫만 보고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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