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가 다음달 1일 '롯데컬쳐웍스'로 법인 분할되면서 업계 1위 CGV를 추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멀티플렉스 ‘빅2’ 중 하나인 롯데시네마가 숙원이었던 법인 독립에 성공하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성격이 다른 계열사들의 집합체인 롯데쇼핑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의사결정이 자유로워진 만큼 롯데시네마의 재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업계 안팎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2,308 VS 260’… 해외시장 스크린 ‘넘사벽’

롯데시네마가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독자 법인명인 ‘롯데컬쳐웍스’로 간판을 바꿔 달고 홀로서기를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영업권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초 계획보다 9개월가량 법인 분할이 늦어진 만큼, 롯데시네마는 경쟁력 강화에 더욱 고삐를 당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 점유율 5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CGV를 추격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선결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과제들이 업계 안팎에서 제시되고 있다. 업계 2위 롯데시네마는 3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 같은 양강 구도는 수년째 큰 변화없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상당한 에너지를 할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롯데시네마와 CGV의 해외 진출 시기는 2년 터울에 불과하지만, 10년 가까이 흐른 현재 성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지점을 연 CGV는 올해 1분기 307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시네마는 49개 지점에 그치고 있다.

전체 스크린 격차는 더 벌어진다. CGV가 9배 가량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같은 기간 CGV의 해외 스크린 수는 2,308개로 260개를 확보하고 있는 롯데시네마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같은 격차는 두 업체의 해외 진출 국가 수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CGV는 주력 시장인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터키까지 총 6개국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롯데시네마는 최초 진출국인 베트남과 중국 2개 국가 뿐이다.

배급력 강화의 필요성도 지적된다. 여타 문화 사업과 마찬가지로 영화관 사업은 작품, 즉 콘텐츠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배급사들의 ‘선구안’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컬쳐웍스가 운영할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선구안은 경쟁사인 CJ E&M에 다소 밀린다는 게 업계의 주된 목소리다.

그룹 계열사로서 CGV의 핵심 배급사 역할을 하고 있는 CJ E&M은 막강한 배급파워를 자랑한다. 24일 영진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록 관객점유율이 최근 들어 20% 밑으로 내려앉기는 했지만, 업계 최선두 기업의 견고한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 점유율 들쭉날쭉한 롯데엔터… ‘OTT’ 넷플릭스 아성 넘을까

이와 달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수시로 상위 5개 업체에서 밀려나며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년 만에 2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1,441만 관객(4월 기준)을 모은 ‘신과 함께-죄와 벌’의 흥행에 힘입은 일시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력해 왔던 해외영화 점유율이 7위(관객점유율 4.4%)에 그쳤다는 점도 우울한 결과다.

미래 먹거리 발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CGV는 일찍이 4D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왔다. 그 결과 CGV가 최대주주(90.48%)로 별도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CJ 4DPLEX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의 벽을 넘어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롯데시네마는 기존 방식의 영화관 운영과 배급 사업을 제외하고 미래 성장동력이 될 만한 사업이 보이지 않았다. 롯데시네마의 자체 브랜드 ‘슈퍼4D’는 별도의 법해외 진출 없이 국내용에 머물고 있다. ‘세계 최대 영화관 LED 스크린’으로 화제를 모은 LED 스크린은 서울 월드타워점과 부산 센텀타워에서만 운영될 정도로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롯데컬쳐웍스 출범에 맞춰 준비 중인 OTT(인터넷 동영상콘텐츠 서비스)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토종 OTT인 옥수수와 글로벌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올해 베트남에서만 3개 지점을 신규로 오픈하고 앞으로도 7개 지점 신설이 예정돼 있다. 또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도 준비 중”이라면서 “의사결정이 자유로워진 만큼 새롭게 시작하는 OTT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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