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한 지 9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철회 의사를 보인지도 두 달여가 지나면서 직격탄을 맞았던 유통업계의 표정도 달라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마트 매각 작업이 순풍을 단 듯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난관에 봉착한 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도 신중론 속 재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사드 후폭풍에 시달린 화장품 업계에서는 유커 증가로 인한 실적 개선에 대한 희망을 조심스레 비추고 있다.

◇ 롯데, 중국 마트 매각 급물살… 신양 프로젝트도 ‘청신호’

중국이 사드 보복 철회 의지를 드러낸 지 두 달 가까이 된 지금, 뚜렷한 변화를 보이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꽉 막혔던 롯데마트 매각 절차가 지난 3월30일 시진핑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의 ‘사드 보복 철회’ 발언 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베이징 점포 21곳을 중국 유통기업 우마트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상하이 지역에 분포한 53개 지점을 현지 리췬그룹에 매각키로 했다. 화북(베이징)과 화동(상하이) 두 법인 매각으로 5,4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 롯데는 1년 넘게 이어진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게 됐다. 화중과 둥베이 법인 14개만을 남겨둔 롯데그룹은 빠른 시일내로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선양 프로젝트 재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공사 중단 사유였던 소방점검에서 지난 3월 재승인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조만간 공사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최대 피해를 입은 롯데를 정부가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18일 선양을 방문한 노영민 주중대사는 탕이쥔 랴오닝성 성장을 만나 롯데월드 공사 중단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한국 측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정작 롯데 내부에서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공사 재개는 물론 롯데타운이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28일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선양 롯데타운 건설의 핵심인 롯데월드는 아직 첫 삽 조차 뜨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백화점과 영플라자, 롯데시네마만이 영업 중에 있다. 선양은 겨울이 매우 추운 지역이라 내년 봄에나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 1위 자리 내준 아모레… “4월 좋은 시그널 감지”

롯데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공사가 재개 되길 기대한다”면서도 “현지 환경을 고려했을 때 올해 안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악화된 한중 관계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화장품 업계에도 표정 변화가 감지된다. K-뷰티의 선두두자로 활약해 오다 중국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1분기 실적만 놓고 봤을 때는 아직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2분기 최종 실적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지난 4월 들어서는 좋은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3년 만에 LG생활건강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줄어든 1조6,64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26.5%와 18.9%씩 줄어들었다.

실제 국내를 찾는 관광객 수가 증가하고 있어 이 회사의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4월 방한한 관광객은 133만1,709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3.8% 늘어났다. 이 중 한국 화장품 ‘큰손’인 유커가 같은 기간 6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