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이 데뷔 5년 만에 대세 스타 반열에 올랐다. <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데뷔 5년 만에 만난 전성기다. 첫 멜로 도전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국민 연하남’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까지 거머쥐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배우 정해인이 주목받는 신예에서 대세 스타 반열에 당당히 올라섰다. 그러나 그는 ‘대세’라는 단어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다.

정해인은 지난 19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연출 안판석, 극본 김은)에서 컴퓨터 게임회사 기획 겸 캐릭터 디자이너 서준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그려가게 되는 ‘진짜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지난 19일 자체최고시청률(6.8%, 닐슨코리아 기준)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별한 사건도, 막장 소재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다뤘지만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스토리로 호평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정해인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의 이별이 쉽지 않아 보였다.

“드라마 마지막 촬영 일이 정해져있는데 일정표가 나오고 디데이(D-DAY)를 세면서 마지막 촬영이 안 오기를 바랐던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원래는 ‘하루만 더 하면 돼’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었어요.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이 안 돼요. 많이 헛헛하고… 너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스태프, 또 선후배 그리고 지금까지 겪었던 가장 훌륭하신 (안판석)감독님과 함께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낸 정해인 스틸컷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제공>

마지막 촬영이 안 오기를 바랐던 작품이지만 처음에는 부담감이 더 컸다. 첫 주연작이자 멜로 도전이었기 때문. 게다가 이미 검증된 배우이자 ‘멜로 퀸’ 손예진에게 누가 될까 걱정이 앞섰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부담이 됐죠.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어요. 첫 주연인 것도 그런데 상대 배우가 손예진 선배님이라니. 아직 많이 부족한데 손예진 선배는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있잖아요. 제가 그 탑에 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담감과 공포심이 있었어요.”

그런 그의 부담감을 덜어준 것은 손예진의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초반 촬영이 끝나고 나서 예진 선배가 ‘너는 준희 그 자체니까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대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셨어요. 그 조언이 촬영 기간 내내 큰 힘이 됐어요. 후배나 상대 배우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도 이 사람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 보니 더 편해지고 좋은 호흡이 나왔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실제 커플 케미를 발산한 정해인과 손예진 스틸컷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제공>

좋은 호흡으로 완성된 정해인과 손예진의 ‘케미’는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담겼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실제인지 연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리얼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해인은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이라며 웃었다.

“‘둘이 사귀었으면 좋겠다, 사귀는 것 아니냐’ 이런 말들이 듣기 좋았어요. 드라마는 다큐가 아니고 다 허구이지만 매 순간 진심을 다해서 보여드리려고 치열하게 노력했거든요. 진심이 전달된 것 같아서 뿌듯하고 감사해요.”

정해인이 대세 수식어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했다. <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멜로에 도전한 정해인은 왜 이제야 멜로드라마를 택했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매력을 발산했다. 지고지순하고 사랑밖에 모르는 남자 서준희로 완전히 분해 인생 캐릭터를 완성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 3일 진행된 2018 백상예술대상에서는 팬들의 투표로 선정된 인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 그의 이름 앞에는 이제 ‘신예’가 아닌 ‘대세’가 붙는다. 하지만 정해인은 이러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대세라는 말이 너무 감사한데 정말 두려워요.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점점 더 작아지게 만드는 단어인 것 같아요. 어떤 선배님이든 계속 대세인 분은 없잖아요. 저는 지금 저를 부르는 어떤 수식어와 호칭이 거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그것들에 사로잡히면 본질을 잊어버린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배우라는 사실에 감사하고 묵묵하게 차분히 가는 것, 앞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정해인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데뷔 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지만 배우 정해인이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을 안겼기 때문이다.

2013년 데뷔 후 정해인은 드라마 ‘백년의 신부’(2014), ‘삼총사’(2014), ‘블러드’(2015), ‘그래, 그런거야’(2016), ‘불야성’(2017),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 등과 영화 ‘서울의 달’(2016),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역모-반란의 시대’(2017)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쉴 틈 없이 바쁜 행보를 보였다.

정해인이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지난 1월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후에는 지쳐버린 탓에 잠시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쉼 없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건강에 무리가 왔어요. 여기저기 아프기도 하고 없던 두드러기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쉬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대본을 받고 너무 좋아서 이것까지만 하고 쉬어야지 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힐링이 됐어요. 촬영장 가는 길이 너무 행복했어요.”

제대로 ‘힐링’한 정해인은 더 발전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에 보답할 예정이다. ‘대세 스타’의 길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배우가 되는 것의 그의 목표이자 다짐이다.

“많은 분들이 더 많이 지켜봐 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걸 느끼는데 제 연기에 책임감을 갖고 연기해야 한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배우는 다른 직업과 다르게 명함이 없잖아요. 연기가 명함인 것 같아요. 저를 사랑해주는 많은 분들에게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과 책임감이 더 커지고 있어요. 좋은 연기는 좋은 서비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관객이 소비자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맡은 소명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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