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28일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가 강제구인을 시사하자 “건강 상태를 이해 못한다”며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공판이 10여분 만에 끝났다. 피고인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강경한 표현이었다. MB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건강상의 이유였다. MB의 변론을 맡고 있는 강훈 변호사는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증거조사 기일에는 법정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재판부에서 피고인에게 직접 확인이 필요할 경우 “사전 출석을 요청하면 법정에 나오겠다”고 설명했다.

◇ 역정 낸 이명박 “재판부가 건강 상태 이해 못해”

재판부는 불쾌한 모습이 역력했다. “피고인이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는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나아가 “피고인이 매 기일에 출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매 기일 출석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럼에도 “다시 불출석사유서를 낸다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법 규칙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강제구인을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강훈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궐석재판을 전례로 제시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1심 선고가 내려질 때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불출석사유서에는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웠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 없이 궐석으로 진행했다. 강훈 변호사는 “못 나가겠다고 하면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법정 출석 여부가 피고인의 자유의사로 해석했다. 법정에 하소연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강훈 변호사가 반발한 가장 큰 이유는 MB의 건강 때문이다. 불출석사유서에 적시된 대로 “건강 상태가 굉장히 안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10일 공판준비기일에서도 “MB는 오랜 시간 앉아 있기가 힘들다”면서 “간 수치가 높아 구치소 의무실에서 외부 진료를 권하고 있는 상황”으로 밝힌 바 있다. 재판부에서 매 기일 출석을 명령한 이날엔 “MB가 특별대우 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서 원래 당뇨 진료를 받아온 서울대병원에도 안 가겠다고 고집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뇨와 불면증으로 건강이 나빠졌다. 수감 중인 구치소 의무실에서 외부 진료를 권하고 있다는 게 변호인단 측의 설명이다. <뉴시스>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기일에 본 바로는 법정에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여론도 MB의 건강에 의문을 가졌다. MB가 평소 테니스로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던 것. 이른바 ‘황제 테니스’ 논란을 불러올 만큼 MB의 테니스 사랑은 유별나기까지 하다. 실제 MB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다음날에도 기무부대를 찾아 테니스를 즐겼다. 다만 고령(78세)이라는 점이 모든 재판에 출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MB의 다음 재판은 오는 31일 열릴 예정이다. 이날 MB의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강훈 변호사는 “판단은 MB가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날 강훈 변호사로부터 재판부의 강경한 입장을 전해들은 MB는 “건강 상태를 이해 못하는 것 아니냐. 불출석 의사 표시를 하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불출석 재판이 진행된다고 들어서 그렇게 한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며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MB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면증까지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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