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웃음 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다시금 '양보론'을 꺼내 들었다.

다만 기존의 양보론이 '7년 전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양보를 받겠다'는 의미였다면, 이번 양보론은 '당시의 양보가 잘못됐으니 본래 시장을 해야 했을 내가 바로 잡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7년 전 시민단체 대표였던 박원순 씨에게 서울시장 출마기회를 양보했다. 잘 해낼 거라고 믿었지만 저의 판단은 맞지 않았다"라며 "그분(박원순)은 시장이 된 후에도 시민단체 대표의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7년 전 양보하지 않고 본인이 시장이 됐으면 시정을 더 잘했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7년 전 시민들께서 열망하고 바라던 그 꿈, 초심 그대로 갖고 있다"며 "거기에 더해 정치적 돌파력과 실천력을 갖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그동안 꿈꿨던 서울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또한 '서울시청 6층'을 언급하며 박 시장의 '특혜 의혹'을 강력 비판했다.

안 후보는 "서울시청 6층에 시장실이 있는데 같은 층에 시민단체 사람들이 고위공무원으로 와 있다. 소위 '6층 외인부대'"라며 "이들이 서울시정을 좌지우지한다. 그렇다 보니 전문성 있는 공무원들이 그 사람들에 휘둘려 일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청 주변은 32조원 예산을 따먹으려는 세금 사냥꾼이 득실거린다"며 "제가 시장이 되면 6층부터 정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부처님 오신날인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 조계종 조계사에서 열린 법요식에 참석한 바른미래당 안철수(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합장하고 있다. <뉴시스>

7년 전인 지난 2011년 안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50%대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지만 출마를 포기하고 당시 지지율 5% 안팎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당시 이는 '아름다운 양보'라고 불렸으며 지금의 박 시장을 만들어 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다만 안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러 차례 "양보를 받아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며 양보론을 일축하며 정면돌파할 것을 강조해왔다. 양보가 아닌 자신의 정책과 비전으로 시민들에게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후 박 시장의 시정을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해왔다.

그럼에도 다시금 '양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선거 마지막까지 대중들 인식에서 '양보론' 자체가 지워지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양보론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언급하는 일종의 '서브리미널(Subliminal) 마케팅'인 셈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에도 서울시 택시운전사들과 만나고는 "초선 의원일 때 택시회사를 갔는데, 현 박 시장에 대한 여러 원망들을 많이 들으면서 저도 '왜 그렇게 (박 시장을) 밀어줬느냐'고 원망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의미는 다소 다르지만,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양보론을 언급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시민들이 가능성 있는 후보에게 결국 지지를 모아주실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한 후보에게 많은 지지가 모이면 다른 후보는 깨끗이 양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단일화에는 나서지 않겠지만 김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는 방향으로의 단일화는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 여부는 마지막까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단일화 카드는 막판 판세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한 적이 많았다.

다만 김 후보는 최근 "단일화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언급, 실제로 단일화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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