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연이은 충격적 사건으로 야구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해당 선수와 기사는 무관함.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최초 야구구단기업으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넥센 히어로즈가 순식간에 ‘암적 존재’로 전락했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퇴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 야구계 신뢰 무너뜨린 ‘뒷돈’

지난 28일, 국내 야구계는 또 한 번 큰 충격에 휩싸였다. 넥센 히어로즈가 지난해 실시한 두 차례 트레이드에서 ‘현금 뒷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상대는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였고, 각각 5억원과 1억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세 팀 모두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 상태이며, KBO는 해당 ‘뒷돈’을 모두 야구발전기금으로 환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넥센 히어로즈를 넘어 모든 구단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이러한 행태는 스포츠정신을 훼손하는 것일 뿐 아니라, 프로야구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일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문제가 된 두 건의 트레이드 모두 더 무게감 있는 선수를 내줬다. 데려오는 선수에 대해서는 ‘미래 가치’를 강조했다.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를 보내는 아쉬움을 기대감으로 애써 달랬고, 구단과 선수를 계속 응원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뒷돈’은 해당 선수들과 야구팬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줬다. ‘뒷돈’이 드러난 순간 해당 트레이드는 팀과 선수의 미래를 고려한 결정이 아닌, 그저 ‘선수팔이’로 전락하게 됐다. 또한 엄연한 사기성 불법거래였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추가 법적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렇게 오고간 ‘뒷돈’ 중 일부가 이장석 전 대표와 고형욱 단장에게 인센티브로 지급됐다는 의혹이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넥센 히어로즈는 물론 다른 구단들의 트레이드도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야구판 전체에 심각한 불신이 발생한 것이다. 당분간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더 큰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그동안 의혹만 무성했던 FA 및 외국인선수 계약 관련 부정행위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장석 전 대표는 넥센 히어로즈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 놓으며 프로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인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온갖 부정과 불법을 저지르며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뉴시스>

◇ 위태로웠던 출발에서 신선한 바람까지… ‘그러나’

이로써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23일 소속 선수 조상우와 박동원의 성폭행 혐의로 큰 파문을 일으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야구계에 큰 충격을 안기게 됐다. 뿐만 아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이장석 전 대표가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에도 구단 운영의 각종 난맥상이 드러나며 넥센 히어로즈의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이러한 몰락은 그동안 넥센 히어로즈가 국내 야구계에 몰고 온 신선한 바람과 이를 응원해온 많은 팬들을 생각했을 때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넥센 히어로즈가 탄생한 시기는 프로야구 암흑기로 평가되는 2008년이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를 결정하면서 ‘8구단 체제’에 비상이 걸렸는데, 어느 대기업도 선뜻 야구단 운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때 이장석 전 대표가 작은 투자회사를 앞세워 야구단 운영 의지를 밝혔고, 그렇게 넥센 히어로즈가 닻을 올리게 됐다. 국내 최초 야구구단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다른 모든 구단이 대기업의 든든한 자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반면, 넥센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었다. 결국 자금난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담배와 첫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가입비 미납 사태로 큰 논란을 일으켰고 우리담배와의 관계도 끊어졌다. 2009년엔 아예 메인 스폰서 없이 시즌을 치러야했다.

이처럼 자금난에 빠진 넥센 히어로즈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선수를 내주고 현금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연이어 실시하면서 역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이장석 전 대표가 선수들만 팔아먹고 ‘먹튀’할 것이란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프로야구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도 계속됐다.

반전이 찾아온 것은 2010년이다. 넥센타이어가 새로운 메인 스폰서로 구세주처럼 등장했고, 넥센 히어로즈는 고질적인 자금난에서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됐다.

이후 넥센 히어로즈는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아가며 조금씩 강팀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장석 전 대표의 야구단 운영 능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팀을 운영했다. 작은 규모의 홈구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힘 좋은 선수들로 타선을 구성했고, 화끈한 공격야구를 추구했다.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겐 과감한 연봉인상으로 동기부여를 제공했고, 자체 육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훈련에서도 효율성과 자율성을 중시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파워 향상과 부상 방지가 좋은 효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넥센 히어로즈는 2013년 첫 가을야구 진출에 이어 2014년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비록 우승엔 실패했지만 2016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강팀으로서 면모를 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넥센 히어로즈는 강정호와 박병호를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키고, 여러 FA선수를 내줬음에도 꾸준히 수준급 전력을 유지하며 찬사를 받았다.

넥센 히어로즈의 이러한 행보는 기존 구단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됐다. 기존의 프로야구 구단들은 대부분 모기업의 지원에 안주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매년 수백억대 적자가 당연하게 여겨졌다. 반면, 넥센 히어로즈는 모기업 지원 없이도 생존은 물론 강팀으로 등극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줬다. 이에 기존 구단들도 하나 둘씩 운영 방식을 바꿔나갔다. 넥센 히어로즈가 국내 프로야구에 끼친 좋은 영향이었다.

넥센 히어로즈가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팬이다. <뉴시스>

◇ 거세지는 퇴출 여론, 스폰서 구하기도 어려울 듯

하지만 최근 넥센 히어로즈는 완전히 몰락했다. 지난 시즌엔 7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이장석 전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5월 들어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되는가 했지만, 성폭행 사건과 트레이드 뒷돈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이제는 구제불능 수준이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모든 프로스포츠의 존립 가치는 팬이다. 팬들의 관심과 사랑, 응원이 없다면 프로구단과 리그는 명맥을 이어갈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넥센 히어로즈는 마지막 남은 팬들마저 잃게 됐다. 이장석 전 대표와 박동원·조상우의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이번 트레이드 뒷돈 사건은 차원이 다르다. 팬들에게 사기를 치고 소속 선수를 팔아치운 셈이기 때문이다.

야구계에서도 넥센 히어로즈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트레이드 뒷돈은 모두 넥센 히어로즈 측에서 먼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 히어로즈가 구단 내부를 넘어 프로야구 전반의 질서를 흐리고 있는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가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히 구단을 넘어 야구계 전반의 품격을 크게 훼손시키기도 했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메인 스폰서 넥센타이어는 물론, 다양한 스폰서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9년간 함께하며 넥센 히어로즈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 준 넥센타이어는 거액의 스폰서비를 지급하고 오히려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처지에 놓였다.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과 실망감, 충격을 안긴 넥센 히어로즈는 이제 최악의 존립 위기를 맞게 됐다. 우선, 넥센 히어로즈의 퇴출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센 가운데, 향후 추가적인 문제들이 드러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KBO 차원의 퇴출이 없더라도, 당장 넥센타이어와 메인 스폰서 계약이 올해 끝난다. 재계약은 물론, 다른 스폰서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한 다른 크고 작은 스폰서십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넥센 히어로즈의 몰락에 따른 피해 역시 또 다시 팬과 선수, 야구계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장석 전 대표는 우리 야구계에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