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청호나이스가 개인사업자 신분의 A/S기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청호나이스 수리기사들은 사측이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2년간의 시용계약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들 중에는 수년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감축 또는 인건비 절감 등의 논란이 일었다. 다만 청호나이스 측은 “대부분 지적된 문제들을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 “정규직 전환” 홍보하던 청호나이스, 논란 휘말린 이유

지난 4월 28일 청호나이스는 “개인사업자인 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나이스엔지니어링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사회적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청호나이스 측은 엔지니어들의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고용 안정성에 저해되는 요소들에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는 것.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5일 “자회사 입사 조건을 보면 바로 정규직 채용이 아니고 6개월, 6개월, 12개월 등의 쪼개기 계약을 거쳐 전환되는 조건”이라며 “결국 2년간의 시용기간 동안 비정규직 신세로 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용기간 동안 급여 또한 기존보다 하락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있었지만 본부장들을 통해 계약서에 합의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면서 “해당 본부장들 31명 또한 같은 처지의 엔지니어들이었지만 즉시 정규직 전환 조건을 받아들이고, 기사들에게 시용계약서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계약서 내용은 시용기간 말고도 또 있었다. 기사들은 개인사업자 신분 당시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 청구 및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에도 합의해야 했다. 청호나이스 측은 계약서 합의와 관련해 어떠한 강요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던 기사들에겐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전국서비스산업 노조연맹과 청호나이스 노조는 지난 2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청호나이스빌딩 앞에서 이 같은 문제들을 고발하는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또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 다음주 2차 증언대회 및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는 “청호나이스와 나이스엔지니어링은 법적, 경제적으로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지위에서 시용계약을 관철하고 있다”면서 29일 서울고용노동청에 해당 사안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도천 청호나이스 노조 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시용계약 부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회사는 대부분 정규직 전환이라고 주장하며 계약 여부를 31일까지 결정하라는 입장”이라며 “입맛에 맞는 소수의 기사들에게 본부장이라는 직을 달아주고 정규직 전환 특혜를 주면서 나머지 기사들과 갈라놓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인사업자 신분 당시 퇴직금 신청을 하지 말라는 것도 의도가 있는 조치”라며 “현재 퇴직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결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미리 소송 문제를 차단하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청호나이스, 수리기사들 신뢰 얻을 수 있을까

청호나이스 노동조합은 “청호나이스와 나이스엔지니어링은 법적, 경제적으로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지위에서 시용계약을 관철하고 있다”면서 29일 서울고용노동청에 해당 사안을 고발장을 접수했다. <서비스산업노조연맹>

개인사업자 신분의 기사들을 고용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청호나이스는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휘말리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기사들과의 신뢰 문제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다. 향후 자회사 운영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노사 간의 신뢰회복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호나이스 측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부장뿐만 아니라 팀장직급도 3개월간 시용기간을 통해 정규직으로 바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9일 오후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기사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시용문제도 1년 미만의 기사들만 12개월의 시용기간을 두기로 했다. 문제가 없다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본부장들이 계약서 합의를 강요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서 “처음 계약 체결과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본부장들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계약 체결은 기사들의 자유다. 개인사업자 신분이 좋다면 계약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청호나이스 측은 개인사업자 신분 당시 퇴직금 청구 금지 합의서도 받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현재 소송도 승소한 만큼 회사에서 강압적으로 그런 합의를 받아야할 처지도 아니었다”고 짧게 답했다.

청호나이스 노조에 따르면 청호나이스와 기사들의 퇴직금 관련 소송은 1심에서 청호나이스 측의 승소로 결론났다. 그러나 과거 동양매직 기사들은 항소심에서 승소, 퇴직금을 모두 지급받은 만큼 항소심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2016년 4월 서울고등법원은 동양매직서비스와 AS 대행계약을 맺고 수리기사로 일했던 김모씨 등 12명이 제기한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퇴직금 등 총 1억4,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보다 앞선 2014년 8월 대법원은 동부대우전자서비스와 서비스대행계약을 체결하는 수리기사들도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퇴직금을 지급을 판시한 바 있다.

이도천 위원장은 “청호나이스는 시용기간을 두더라도 어차피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사들은 선뜻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그간 회사에서 임금협상이나 근무조건 개선 등의 약속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기사들이 증언대회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모든 과정들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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