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7.9로 4월보다 0.8p 높아졌다. 소비자심리지수의 하락세가 멈춘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소비심리의 확대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경제에게 소비는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다.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수와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그리고 늘어나는 해외여행·해외직접구매 빈도는 만성적인 내수 침체 현상을 야기했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작년 11월 약 7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해왔다. 때문에 소비자심리지수가 6개월 만에 반등했다는 최근 발표는 무엇보다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당 자료를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으로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 남북관계 진전에 경기전망도 밝아져… 근본적 개선은 ‘아직’

한국은행은 29일 발표한 ‘2018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5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7.9로 4월(107.1)보다 0.8p 높아졌다고 밝혔다. 갈수록 악화되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이 원인이었다. 17년 11월 98이었던 현재경기 판단지수는 지난 4월 86으로, 향후경기 전망지수는 동기간 108에서 96으로 떨어졌다. 이번에 발표된 5월 자료에서는 현재경기 판단지수는 3p 높아진 89를, 향후경기 전망지수는 5p 높아진 101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경기전망이 개선된 배경으로 뽑히는 것은 남북관계의 진전이다. 4월 말부터 이번 소비자동향조사가 시작된 5월 11일 전까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약속하는 등 남북화해와 협력을 기대하게 할 만한 사건들이 다수 발생했다. 모두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소비심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군사적 긴장은 외국인관광객과 투자를 유치하려는 외국기업들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북한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저평가, 통칭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소비자심리지수의 깜짝 상승을 경제구조의 질적 개선이나 가계주체의 소비여력이 확대된 영향으로 해석하기 힘들다는 의미도 된다. OECD가 발표하는 경기동행지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으며, 북미정상회담의 결과 등 정치적 이슈에 따라 소비심리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한 달 전보다 0.8p 높아진 소비자심리지수만으로 민간소비의 확대를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 개선이냐 침체냐, 민간소비에 대한 엇갈린 예상

소비자심리지수가 연초부터 하락세를 거듭했다고는 하나, 작년 5월부터 기준선인 100을 넉넉하게 넘어서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소비지표 역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발표하며 민간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0.6% 늘어났다고 밝혔다. 24일 발표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도 3월 중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0.7% 증가했다는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작년 3·4분기에 0.2%와 0.9%에 그쳤던 소매판매액 증가율이 올해 1분기엔 3.1%로 껑충 뛴 것이 특히 고무적이다.

기획재정부는 ‘5월 최근경제동향(그린 북)’ 보고서에서 신용카드 승인액수가 늘어난 것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뽑았다. 4월 국내 카드승인액은 전년 동월보다 14.1% 많았다. 사드 문제로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다시 시작되면서 외국인관광객의 유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지표들도 있다. 우선 내수가 확대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지표인 가계의 소비역량이 개선되지 못했다. 통계청이 국가통계포털 KOSIS를 통해 발표한 가계수지(2인 이상 기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의 평균소득에서 평균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은 376만7,447원이었다. 작년 1분기(375만7,900원)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2000년대 들어 꾸준히 감소해온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반등할지도 의문이다. 지난 2001년에는 한국 국민총생산의 54.75%가 민간소비에 사용됐으나, 2016년에는 그 비중이 48.76%에 불과했다. 수치 자체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소비 비중이 더 늘어났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소비 감소 현상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동기간 미국은 66.87%에서 68.71%로 민간소비 비중이 확대됐으며 일본 또한 ‘잃어버린 20년’을 겪는 와중에도 55%대에서 현상유지에 성공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을 3.1%, 하반기는 2.3%로 예상했다. 양호한 소비심리와 추경 등 정부정책, 외국인 관광객 수의 회복 등은 민간소비의 증가세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이지만, 고용여건의 느린 개선속도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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