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코퍼레이션의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꾸준히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사외이사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IMF를 겪으면서다. 당시 IMF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 제고와 주주 이익 보호 등을 위해 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추천했고, 이후 관련 규정이 마련되면서 모든 상장사들이 사외이사를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제도는 쉽게 자리 잡지 못했다. 사외이사는 오너 또는 경영진과 무관한, 즉 이해관계가 없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은 오너 및 경영진과 가까운 인물을 사외이사에 앉히거나, ‘전관예우’를 위해 활용하기도 했다. 특정 사외이사가 장기간 재직하거나 문제적 사안에도 무조건 찬성표를 던지는 일이 많았다. ‘장수 사외이사’, ‘거수기 사외이사’, ‘허수아비 사외이사’ 등의 말이 생겨난 배경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최근엔 많은 개선이 있었다. 장기 재직 사외이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외이사의 선임이 무산되는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대다수 사외이사는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만 던지고 있다. 사외이사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 지난해부터 꾸준히 반대표… “이해관계에 따른 판단”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동성코퍼레이션이다. 동성코퍼레이션은 동성화학, 동성화인텍, 제네웰 등 1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동성그룹의 지주회사이자 석유화학제품 제조기업이다. 2008년 동성화학으로부터 분할돼 ‘동성홀딩스’란 이름으로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으며, 2015년엔 동성하이켐과의 합병을 통해 석유화학제품 제조사업을 추가했다. 동성코퍼레이션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동성코퍼레이션은 현재 2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그 중 정철길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3월 선임됐다. 또 다른 한 명은 대신증권 프라이빗 에쿼티 소속의 김홍남 사외이사로, 기관투자자 측을 대표하고 있다. 김홍남 사외이사는 2013년 동성하이켐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으며, 2015년 합병 당시 동성코퍼레이션 사외이사로 옮겨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김홍남 사외이사의 이사회 행보다. 동성코퍼레이션의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이사회는 총 5번 개최됐고 안건은 7개였다. 김홍남 사외이사는 이 중 1회차와 5회차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나머지 이사회는 불참했다. 반대표를 던진 두 차례 이사회 안건은 ‘해양산업 금전대여의 건’으로 같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다. 김홍남 사외이사는 지난해 열린 총 16차례 이사회 중 13번 참석했는데, 역시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2016년에도 14차례 이사회 중 반대표를 3번 던진 바 있다. 다만, 김홍남 사외이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든 안건은 가결됐다.

이와 관련해 김홍남 사외이사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펀드의 이해관계나 절차적인 측면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며 “어떤 갈등이 있거나,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동성코퍼레이션 측 관계자도 “막연하게 퇴짜를 놓은 것이 아니라, 기관투자자 측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로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성코퍼레이션 김홍남 사외이사의 ‘반대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일이다. 같은 기업의 주주라 하더라도 대주주와 기관투자자, 일반 소액주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대주주가 아닌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사외이사의 역할이다. 하지만 100% 찬성 일색인 다른 기업들의 이사회로 인해 동성코퍼레이션의 이사회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로 돋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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