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금융 활성화 방안 발표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31일 청와대가 ‘공매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해 “세계 주요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매매기법”이라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앞서 2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삼성증권 사태 후속조치 내용을 청와대가 재차 확인한 셈이다.

답변자로 나선 이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 “발행주식 총수의 30배가 넘는 주식이 입고된데다 일부 직원은 실제 주문을 내는 등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엄중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고 밝혔다.

◇ ‘공매도 폐지’ 청원에 원론적 답변 반복

최 위원장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긴급조사에 나서 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 21명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28일에는 삼성증권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또한 내부통제 미흡 등 위법사항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6월 중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당시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 500여명에게 4억5,000만원을 보상했다.

재발방지를 위한 배당시스템 개선도 약속했다. 현금과 주식배당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해 1000원을 1000주로 잘못입력해 발생하는 어이없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유 물량보다 많은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매매시스템에 대한 실시간 검증과 잘못된 매도 주문 접수 시 즉각 취소할 수 있는 ‘비상버튼’ 시스템도 도입한다.

다만 ‘공매도 폐지’ 요청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구 위원장은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제도로 ‘착오’로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이번 사고와는 관련이 없다”며 “공매도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 인정되는 매매기법”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개인투자자가 빌릴 수 있는 주식종목과 수량을 확대해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 ‘무차입 공매도’ 대안도 부실

삼성증권 사태로 무차입 공매도가 실제 가능했다는 의심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의 충격은 컸다. <뉴시스>

그러나 이는 청원의 핵심을 교묘하게 피해간 답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삼성증권의 착오로 인한 주식배당과 일부직원의 매도행위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행위로 당연히 처절과 배상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상 빈틈이 있었다면 이를 보완하는 것이 금융위와 금감원의 의무다. 문제는 ‘공매도 폐지’의 핵심인 ‘무차입 공매도’ 근절방안 요청에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는 점이다.

공매도란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하락장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되사서 주식으로 상환해 그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과열되는 것을 막고 하락장에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점이 있어 주요 증권시장에서 도입하고 있다.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에는 옵션도 많고 장벽이 높아 주로 기관과 외국인들이 이용한다. 실제 한국거래소의 지난 4월 25일부터 한 달 간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을 보면 외국인이 68%, 기관이 31.3%를 점유했으며 개인은 0.6%에 불과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가 주가조작에 이용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기법이지만, 반대로 다량의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증권회사 등 기관에서 ‘빌린 주식’이 아닌 ‘없는 주식’을 팔아 주가를 떨어뜨리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작지 않았다. 공매도와 일반매도는 시스템상 확인할 수 있지만,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는 투자자들이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삼성증권 사태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가 실제 이뤄졌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시장이 받은 충격은 실로 컸다. ‘공매도 폐지’에 서명한 24만2,286명 중에는 ‘무차별 공매도’ 근절방안이라도 마련해줄 것을 호소하는 여론도 많다. 지난 28일 발표된 금융위의 후속조치에 실망한 이들은 청와대 청원에 희망을 걸었으나 “이상거래 확인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매도를 폐지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우리 주식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공매도 제도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나름 최선의 보완책을 낸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를 시스템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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