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판매된 CU의 모찌롤. < CU >

[시사위크=범찬희] 일본을 벤치마킹 삼아 성장한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일본 의존도가 커져가는 모양새다.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디저트 분야에서 ‘메이드 인 재팬’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여행의 향수를 달래준다는 명분 아래 전범기업의 제품까지 무분별한 수입이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점포 4만 시대’ 편의점 효자로 등극한 디저트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편의점에서 디저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언제부턴가 전문 베이커리에서나 맛 볼 수 있던 티라미수, 모찌롤, 브라우니, 조각케익 등이 편의점 한켠을 매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관련 상품만 20여 종에 달하고 있다.

실제 시중 편의점에서의 디저트 매출도 껑충 뛰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디저트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4.6%가 늘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올해(1월1일~5월29일) 디저트 매출이 같은 기간 205.8% 증가했다. CU에서도 올해 다섯 달 간 관련 매출이 235.6% 신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편의점 디저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최근 경제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가심비’, ‘소확행’이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요즘 젊은이들의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2,000~3,000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전문점 못지않은 퀄리티를 즐기려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젊은층이 편의점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디저트가 포화 상태에 다다른 편의점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으니 바로 수입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디저트 강국인 일본 제품이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최근 CU가 일본 현지에서 직수입한 냉장 모찌롤이 대표적이 예다. 한 달 치 판매분이었던 초기 물량 20만개가 열흘 만에 매진된데 이어, 2차 물량 20만개 역시 일주일 만에 동났다.

CU의 성공 사례에서 배운 것일까. 미니스톱도 일본 제품 들여오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31일부터 일본 모찌크림사의 프리미엄 디저트 ‘모찌크림 아이스’ 판매에 들어갔다. GS25도 일본 여행에서나 맛 볼 수 있던 ‘모리나가 카라멜 아이스크림’, ‘모리나가 하이추 아이스크림’ 등 현해탄을 너머 일본의 간식거리를 들여오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디저트 인기 열풍에… 일본산 '모찌롤'의 습격

하지만 일각에선 일본 제품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는 최근 편의점 업계의 행보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일본 현지에서는 잡화점인 ‘돈키호테’나 드럭 스토어가 아닌 이상 일반 편의점에서 한국산 제품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 로손, 세븐일레븐, 선커스 등 일본의 유명 편의점은 국내 사정과 달리 자국 상품으로 가득하다는 게 현지를 다녀온 방문객들의 공통적인 증언이다.

더군다나 SPC 등 국내 업체들에서도 모찌롤 등 디저트류를 확대에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일본산에 집착하는 편의점 업체들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과기업 모리나가의 경우 태평양 전쟁 당시 전투식량 등을 생산한 전범기업으로 알려졌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 편의점에서는 일본을 포함한 수입산 외에도 다양한 국산 제품들이 함께 판매되고 있다”면서 “해외 여행객 증가와 맞물려 앞으로 편의점별로 일본이나 대만 등 수입산 디저트류를 들여오려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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