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고속도로 요금소 직원 정규직 문제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 발 맞추기를 놓고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최근 주요 공공기관들이 정규직 전환 방식을 속속 확정하고 있는 가운데 도로공사는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고용 방식을 놓고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은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아직은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래저래 고민이 역력한 기색이다.

◇ 톨게이트 요금소 직원, 정규직 전환 방식 놓고 갈등

“공적 기능 회복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매진하겠다.” 이같은 포부를 밝히며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취임한 지 반년차에 진입했다. 취임 일성으로 공공성 강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비정규직 고용 문제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의 전체 비정규직은 파견·용역직을 포함해 모두 9,396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을 외부용역으로 채용해 간접 고용하고 있다. 특히 톨게이트 요금수납원(6,700여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과거 요금 수납원을 100% 외주화한 바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도로공사도 이 사장 지휘 아래 정규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도로공사는 비정규직 총 1,31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간접 고용 인력 가운데 가장 많은 요금 수납원의 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법이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말이 돌면서 노동계 안팎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9일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은 경북 김천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 추진 설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공공연대노동조합은 공공기관 기간제 및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 등이 가입돼 있는 노동단체다.

노조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약속한 공공부문의 정규직화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며 “6,700여명의 요금수납원이 자회사를 통해 고용되면 간접고용이 더욱 공공연해져 수납원들은 무늬만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수납원들이 자회사를 통해 간접 고용될 경우 공사 측이 지금처럼 직접적인 근로 개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공공연대노조 "비정규직 제로화 역행, 자회사 통한 고용 반대" 

그러면서 “중앙행정기관과 각 부처 소속 공공기관들이 (제대로된) 처우개선 없이 일방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회사에 편입시키거나 직무급제를 강요하고 있다"며 "자회사는 기존 용역·파견업체와 다름 없는 또다른 비정규직 회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측은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자회사를 통해 고용을 할지, 직접 고용을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음달부터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조건과 전환방식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그 때 가봐야 결정이 이뤄질 내용”이라고 전했다.

도로공사가 이들의 고용 방식을 고민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당장 크게 늘어나는 인건비 비용이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톨게이트 무인화 도입 문제까지 맞물려 있어 쉽게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도로공사는 2020년 스마트톨링(자동요금징수)을 전면 시행해 요금소를 무인화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요금소 인력은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비정규직 제로화’가 주요 국정 과제로 채택하면서 이같은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일단 도로공사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일 뿐, 어떤 식으로 인력 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 톨게이트 요금소 근로자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정부의 정책과 마주한 현실 사이에서 점접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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