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정치권에서도 회자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 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후보,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박원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는 바른정당 출신이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반대했기 때문에 탈당했다. ‘동행’은 여기까지였다. 남 후보는 다시 한국당에 입당했고 원 후보는 무소속으로 남았다. 두 후보는 모두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하지만 달라진 소속만큼 이들의 상황도 엇갈린 모습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경기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맞붙게 된 남 후보의 고전이 예상됐다. 리서치뷰·뉴시스가 5월28일과 29일 양일간 조사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경기지사 후보 지지율은 이 후보가 53.8%, 남 후보가 30.6%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응답률은 2.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하지만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음성파일’이 공개되는 등 이 후보를 둘러싼 네거티브 공세에도 남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이유는 ‘한국당 디스카운트(discount)’에 있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한국당에 대한 지지자들의 반감 때문에 보수층 표가 잘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 후보도 홍 대표의 거친 표현이 선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 하에 정책공약 발표 위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정당 꼬리표를 뗀 원희룡 후보는 오히려 홀가분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핫라인’을 적극 부각하고 있는 민주당 문대림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도 조금씩 벌려가고 있다. 서베이몹·제주신문이 5월28일과 29일 양일간 조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제주지사 후보 지지율은 원 후보가 44.5%, 문 후보가 37.5%를 얻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제주지역 정당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60.6%, 한국당 12.3%, 정의당 5.9%, 바른미래당 5.6% 등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해보면 눈에 띄는 결과다. <전체응답률은 20.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탈당 이후의 선택이 광역단체장 재선에 도전하는 남 후보와 원 후보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든 셈이다.

여당 소속 후보들의 여건은 조금 다르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을 보기 위해서는 실제로 문 대통령 지지층의 표를 자신에게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의 처지가 갈린다.

박원순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대권주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은 달랐다. 박 후보는 스스로 자신의 대선 경쟁력이 낮다는 판단 하에 대선 출마 대신 ‘서울시장 3선 도전’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 후보는 경선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당시 경쟁자였던 문 대통령을 향해 강한 공격을 퍼부었다. 경선이 끝난 후 “지나고 보니 과도하게 공격했던 것들이 쓸데없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 때문에 눈살 찌푸렸던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2017.6.22/CBS라디오)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그 때의 후유증이 지방선거 국면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강성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른바 ‘혜경궁 김씨’ 의혹을 문제 삼아 낙선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지사 경선에서 이 후보가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을 제쳤다는 점도 도화선이 됐다.

박원순 후보는 일찌감치 각종 여론조사 1위를 휩쓸며 ‘대세론’을 구축한 모습이다. 한국리서치·KBS가 5월25일과 26일 양일간 조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후보는 54.2%를 얻어 과반 지지율을 넘겼다. <전체응답률은 1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이재명 후보도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지면서 하락폭도 커지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판을 의식한 이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면서 대한민국은 나라다운 나라가 돼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고 새로운 천년을 시작할 사람이 바로 이재명”이라고 발언하는 등 ‘친문’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