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광활한 들판, 하얗게 덮인 눈 위에서 두 남자가 만난다. 그리고 운치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커피한잔을 권하며 함께 마주앉아, 각자의 총을 자신의 테이블 위에 놓는다. 그리고 잠시 뒤, “쾅” 한발의 총소리만 들리고 영화는 끝난다. 영화 ‘독전’의 마지막 장면이다.

평생을 한가지만을 쫓아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것을 쫓아가고 있는지 어느 순간 망각할 때가 있다. 그 집착이 자신을 잃어버리게도 하고, ‘왜’라는 질문에 답을 못할 땐, 자신의 존재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런 존재가... 형사 원호(조진웅 분)다.

형사 원호는 마약을 퍼뜨리는 조직의 우두머리인 ‘이 선생’을 잡는 것만이 삶의 목표였다.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목표를 위한 목표가 되는 순간, 겉만 그럴싸한 명분을 지닐 뿐, 그 속은 ‘마약’을 쫓는 범죄자들의 집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로,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를 잊어버리는 순간, ‘그 목표’는 마약에 취하는 것과 같은 집착이 된다.

마치, 마약에 취하는 것과 같은 또 하나의 집착의 형태가 있다. 마약보다 무서운 권력. 5월 31일, 권력을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국민의 공복(公僕)을 뽑는 6․13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많은 후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권자들을 향해 “저를 뽑아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있다. 모두가 자신이 최고의 일꾼이라고 외치고 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후보들, 그들은 ‘당선’만을 쫓아,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독전’에서, 형사 원호는 “이 선생, 잡고 싶지? 잡아, 내가 잡게 해줄게” 이 한마디에 이성을 잃었다. 잡겠다는 생각만 했기에 많은 것을 보지 못했고, 중요한 것을 놓쳤다.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당선만을 생각하고 달려간다면, 당선은 될지 모르지만, 더 중요한 것들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6월. 전쟁은 한창 진행 중이다. 마지막 총알이 누구의 심장을 뚫고 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총을 맞는 것이 좋은 것인지, 총을 쏜 쪽이 좋은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방아쇠는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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