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앞에서 유세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또다시 '단일화' 프레임에 갇힌 모습이다.

그나마도 6·1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아직도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여지만 남기고 있다. 지난해 대선 이후 당시 국민의당은 단일화 딜레마가 패배의 요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실 안 후보는 정계에 모습을 드러낸 2011년부터 '연대' 혹은 '단일화'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안 후보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50%대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지만 출마를 포기하고 당시 지지율 5% 안팎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당시 '아름다운 양보'라고 불린 사건은 지금의 '양보론'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안 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이뤘다. 결과적으로는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안 후보로서는 양보의 정치를 보인 셈이다.

두 차례의 양보로 안 후보도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어서일까. 안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한 2016년부터는 단일화 및 양보와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자강론' 및 '독자노선'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20대 총선이 있던 2016년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야권통합'으로 몸살을 앓았다.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통합을 제안하자 천정배 당시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이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안 후보를 흔들었던 것.

지난해 19대 대선에서도 안 후보는 바른정당과의 연대론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당내경선 주자였던 당시 손학규 전 대표가 연대론을 들고 나서자 당내 적지 않은 의원들이 이에 호응하고 나서며 '자강론 대 연대론' 구도로 경선이 진행되기도 했다.

20대 총선 때는 안 후보의 독자행보가 국민의당을 제3당의 위치에 올리는 쾌거를 이뤘지만, 19대 대선은 패배로 이어졌다. 대선 패배의 여러 요인 중 단일화 프레임을 떨쳐내지 못한 것이 컸다는 내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국민의당이 발표한 '19대 대선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안 후보의 딜레마' 부분에서 "대선 과정에서 사드 문제, 연정과 단일화 문제를 둘러싼 당과 후보 및 당내 갈등과 불협화음이 발생했다"라며 "안 후보와 국민의당 지지기반 내부의 이질성이 큰 반면 이를 주도할 만한 기반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언급이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월30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8한국미래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그로부터 1년 뒤인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후보는 또다시 단일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 이후 계속 거론되던 단일화 논란은 김문수-안철수 후보 모두 이를 부정하면서 물 건너가나 싶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위한 만남을 김 후보에게 제안하면서 막판 단일화 성사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김문수-안철수 두 후보는 지난 3일 심야 회동을 통해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김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안 후보 측은 김 후보의 '양보'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발된 것이다.

이같은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 후보와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위한 '양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화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고, 김문수 후보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정치라는 것은 결단의 미학이니 그것을 기대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설령 야권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되더라도 당내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숙제가 남았다.

당초 바른미래당은 이번 지방선거 과제 중 하나로 '제1야당 교체, 한국당 타도'를 내걸었던 만큼, 특히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 중심으로 단일화에 대한 반발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주승용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 이런 큰 단일화는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하고 당 차원에서도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정체성이 우선 다를 뿐만 아니라, 한국당은 지금 적폐청산의 대상이다. 그리고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될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외부의 '보수대연합' 프레임도 안 후보와 바른미래당이 넘어야 할 과제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무조건 1등 후보 이기자고 2, 3등이 단일화하자는 것은 서울시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그래도 굳이 명분을 찾자면 보수대연합일 텐데 이 말을 피해 가려니 자꾸 국민 눈을 피해 밀실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김문수-안철수 후보의 심야회동을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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