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된 락앤락이 실적 개선에 고삐를 당기고 있는 반면, 삼광글라스는 감사의견 한정 해소 이슈에 휘말리며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밀폐용기 시장 ‘빅2’인 락앤락과 삼광글라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락앤락이 글로벌 시장 전력 변화 등을 통해 4,000억 매출의 굴레에서 벗어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삼광글라스는 실적 개선의 신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 턴어라운드 맞은 락앤락… “브랜드 인지도 개선, 글로벌 전략 기대”

국내 밀폐용기 1위 업체 락앤락이 구겨진 자존심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실적지표가 줄줄이 하락하는 쓴맛을 봐야했던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순조로운 출발을 하며 전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락앤락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0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이는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빨간불’이 켜지기 전인 2010년 초반 무렵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 수준. 하지만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한 최근 4년과 비교했을 땐 최상에 가까운 성과다. 영업흑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135억원을, 당기순이익은 32% 증가한 112억원을 남겼다.

이는 지난해 락앤락의 최대주주가 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2004년 설립된 어피너티는 그간 국내 시장에서 투자 손실을 낸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너티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컨슈머스트렝스가 최대주주로 등극한 첫 해 출발이 나쁘지 않은 만큼, 직원은 물론 투자자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최대주주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락앤락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5일 유진투자증권은 락앤락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만1,000원 유지 의견을 밝히면서, “최대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경영에 참여함에 따라 락앤락의 브랜드 인지도 개선과 글로벌 진출 전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주방생활용품 수요가 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막강한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베트남은 현지 정부의 유통 시장 규제 완화와 국민들의 평균 소득,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주방생활용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40세 미만의 젊은 인구가 전체 9,200만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잠재적 소비 여력이 크다.

락앤락은 투자가치가 충분한 베트남에서만 3개의 생산법인과 영업을 전담하는 2개의 법인을 운영하며 중국 시장에 못지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 힘 못 쓰는 캔‧유리… 관리종목 지정 피하기 바쁜 삼광

반면 삼광글라스는 부진의 늪에서 탈출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17억원의 영업적자와 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적자 폭이 750% 증가했다. 87억원의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계열사인 에스지개발이 영위하는 임대업과 육상운송서비스 등 기타사업만이 선전했을 뿐, 핵심사업인 캔과 유리사업 모두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관련 공시가 이뤄진 1998년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삼광글라스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180억원의 영업적자를 달성한 삼광글라스는 손익구조 변동의 이유로 “재고관련 비용증가에 따른 매출원가 상승”을 들며 일회적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중국을 대체할 신흥 주력 시장 발굴과 중소업체의 공세를 견뎌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 할 국면이지만, 여기에 주력하기 힘든 게 삼광글라스의 현주소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예상치 못한 ‘한정’ 의견을 받아 자칫 잘못하다간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대외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이미 올해 상반기가 끝난 지금까지도 한정의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삼광글라스를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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