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파를 탄 만나볼 수 있는 러시아캐시의 TV 광고 '응원편'. 해당 영상에서 러시앤캐시의 마스코트인 무대리는 붉은 악마로 변신해 개막이 임박한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고 나선다. <러시앤캐시>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 편승한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어 눈총을 살 전망이다. 지난 2월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오는 14일 개막할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또 다시 이를 활용한 TV CF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 앰부시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 산업계 전반이 몸 사리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이에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 러시아 월드컵 D-7… ‘뭇매 맞을라’ 몸 사린 기업들

4년마다 돌아오는 지구촌 축제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해야 할 방송가에서도 월드컵 관련 콘텐츠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주된 반응이다. 여기엔 하루 간격으로 예정된 6.12 북미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 등 국내외 대형 이슈가 맞물려 있어 일반 대중의 관심이 분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한 몫했다는 평가다. 월드컵보다 넉 달가량 앞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이 올해엔 국내에서 열리다보니, 해외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저하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롱패딩과 여자 컬링팀 등 숱한 화제와 함께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던 국민들의 에너지가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스포츠 행사가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연관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한 과거와 달리,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1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손에 꼽을 정도의 광고만이 전파를 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 파트너사인 현대기아차와 코카콜라 그리고 월드컵 공식 국내 맥주인 OB의 카스가 대표적이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 대회를 활용하는 앰부시 마케팅은 거의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평창 올림픽 때 기승을 부리던 앰부시 마케팅 활동이 일부 금융권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목격되지 않고 있다. 이는 앰부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홍보 효과가 불투명한 마케팅 활동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 '무대리'는 변신의 귀재?… 봅슬레이 선수에서 붉은 악마로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제 길을 가는 곳이 있다. 국내 최대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다. 최근 송출되고 있는 러시앤캐시의 TV CF ‘응원편’에 등장한 마스코트 무대리는 붉은 악마로 변신해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응원을 독려하는 애국자의 면모를 보인다. 택시기사에서부터 회사원, 일반 가정에까지 침투해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사명과 러시아월드컵을 연관시키는 기막힌 언어유희 감각을 선보이기도 한다. 대기 중인 택시에 매달려 “어디가요, ‘러시아 개시’하는데~”라며 택시기사에게 월드컵 개막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다음 화면에서는 일본 영화 ‘링’의 한 장면처럼 TV 브라운관을 뚫고 나와 “러시아 못가니까 응원 해야죠”라며 활력을 불어 넣는다.

러시앤캐시가 앰부시를 연상케 하는 광고를 내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대목을 놓치지 않았다. 올림픽 열기가 한창이던 올 초에는 무대리를 봅슬레이 선수로 변신시켜 갖가지 우스꽝스런 상황을 연출했다. 당시 러시앤캐시 측은 “올림픽 명칭이나 오륜기, 응원 등 대외지식재산을 침해할만한 모든 요소를 배제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회사 측 관계자는 "이번 광고로 특별한 이득을 취하려 했다기 보다는, 온 국민과 함께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선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