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리콴유. 그는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버림받은 작은 섬, 싱가포르를 아시아 최고 경제대국으로 만들었고, 실용적 외교로 국가 독립을 지켰다. 그는 어떤 이론도 실효성이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 실용주의자였다. 안주하려는 국민에게는 “변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불가능하다”며 변화와 진보를 설득했다.

많은 이들이 리콴유를 칭송한다. 그는 취임 직후 바로, 다(多)언어 정책과 다종교 정책을 펼쳤다.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멜팅팟(인종용광로)’을 만들지 않고서는 국민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규제도 대폭 풀었다. 외국 기업이라도 승인만 받으면 국가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그 힘으로,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 400달러의 극빈국가에서 지금은 5만 2,960달러로 아시아 1위를 자랑한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리콴유의 독재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국민만을 위한 ‘청렴한 리더십’이 잘 발휘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시대를 거슬러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개혁주의자이면서 실용주의자였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다. 소위 실학자였던 그는, 리콴유 이상의 뛰어난 정치사상을 지녔으며, 철저히 청렴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정약용은 자신을 알아준 정조와 함께 자신의 개혁의지를 다 펼치지 못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그것은, 아무리 좋은 개혁이라 하더라도 그 시대가 개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제, 다시 변화의 시대다. 진보적 성향을 자칭하는 정부가 정권을 잡은 지 1년이 지났다. 그 결과 이전 정부에서 상상할 수도 없었던 남북, 북미 평화회담이 진행 중이며, 과감한 복지와 눈에 보이는 평등사회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적폐청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정책에 관한 다수의 합리적인 목소리가, 소수의 비합리적인 목소리에 의해 묻히고 있는 부분 또한 분명히 있다.

리콴유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합리적이지 않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것은 멈추었다.

리콴유는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아직 그의 나라에 살아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도 따끔한 한마디를 던져준다.

“지도자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는 비전은 자칫 우리 모두를 파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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