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실무오찬을 마치고 배석자 없이 호텔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왔던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와 발언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거친 언사와 미국 측의 책임만 문제 삼았던 과거에서 벗어났고, 반성의 의미까지 담았다는 점에서다. 아직까지는 적대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변화된 모습은 전날 깜짝 외부행사에서부터 확인됐다. 외부일정을 딱히 소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오후 10시 마리나 베이샌즈 전망대 등 싱가포르 관광지를 둘러봤다. 다수의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지 않았고, 내외신 기자들의 촬영도 허용됐다.

이는 ‘은둔의 지도자’로 평가됐던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과 전혀 다른 행보로 평가된다. 실제 북한 최고지도자가 제3국에서 공식 외교행사를 갖는 것은 53년 만의 일이다. 정상국가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행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선정된 이유에 대해 원산 갈마 국제관광단지 개발과 관련이 있다고도 분석한다.

본격적인 정상회담에서의 발언도 북한의 변화의지를 엿보게 했다. 단독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었고 그런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합의문 서명식에서도 거듭 ‘변화’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이번 역사적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딛고 새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문건에 서명하게 된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한 관영매체에서도 연일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11일 보도에서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 속에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에서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라며 대내외적 상황 변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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