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우여곡절 많았던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의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세기의 악수’를 나눴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안전보장이 명시된 공동성명문에도 서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옅었다. 북미정상회담에 거의 모든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에 비하면 냉랭하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결과다. 코스피 주가지수는 두 정상이 악수를 나누거나 우호적인 발언을 내놓을 때만 간헐적으로 상승했을 뿐, 종가는 11일보다도 낮았다.

◇ 11일: 기대감 선반영한 코스피와 멍한 다우존스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6월 11일(한국시각), 국내 증권시장의 모습은 ‘기대감’으로 요약할 수 있다. 2,454.25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0.83% 상승한 2,474.78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주가지수인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도 소폭 상승했지만, 종장을 앞둔 오후 3시 50분경(현지시각)에는 나란히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미국의 투자전문 언론사 ‘바론즈’는 이날 미국의 주가에 대해 “시장이 국제정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9일 종료된 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고, 그 여파로 캐나다·유럽연합과의 무역긴장이 높아진 반면 한편에서는 전통적인 적대국이었던 북한과 평화를 논의하기 위한 준비가 갖춰지고 있는 모순에 대한 당황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와 유럽연합의 유로스톡스50지수도 11일 일제히 상승했다. 다만 여기에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금융위기가 한 풀 가라앉은 영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 불안과 금융시장의 부실 문제로 한 달 전부터 하락세를 거듭했던 이탈리아의 주가지수 FTSE MIB은 이날 3.42% 반등했다.

◇ 12일: 코스피 간헐적 상승… 전일과 보합

12일 코스피는 9시 개장과 동시에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미 본격적인 북미정상회담 모드로 진입한 싱가포르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셈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주가상승세가 기록된 것은 10시 10분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8초간의 악수를 나누고 짧은 담소를 나눈 직후다. 모두발언에서 두 정상이 정상회담의 의의를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엄지를 들어 보이는 등 호의적인 제스처가 방송을 타자 10시 54분까지 높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두 정상이 회담장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춘 후 코스피는 다시 가라앉았으며, 남은 오전 시간동안 정상회담 개회 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오후 1시 반을 넘어서부터는 합의문에 대한 정보들이 조금씩 보도되면서 주가도 다시 상승했다. 만찬을 함께 한 두 정상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하면서 회담이 긍정적으로 전개됐음을 알린 영향이다.

◇ 영향력 크지 않았던 ‘북한 이슈’

다만 북미정상회담이 코스피를 비롯한 국내 주가지수의 전반적인 상승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12일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보합세를 보였으며, 두 정상이 회담 자체나 서로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상승세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비교적 짧았던 회담 시간과 다소 굳어있던 두 정상의 표정, 그리고 공동성명의 구체적인 내용이 4시 장 마감 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것 등이 더 큰 폭의 주가상승이 기록되지 않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행렬은 주가상승폭이 제한됐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오는 6월 14일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며, 선거일인 13일에는 주식시장이 휴식에 들어가기 때문에 12일이 만기 전 마지막 거래일이 된다.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물량이 많이 풀리는 만큼 가격변동도 커진다. 이날은 외국인의 순매도가 기록되면서 주가에 하방압력이 가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총 1,262억원에 달했다.

시장이 북한 이슈에 익숙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권구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실시간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치적 중요성이 낮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예측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권구훈 이코노미스트는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되기 전부터 CDS 프리미엄과 환율 등에서 나타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히 낮아진 상태였으며, 북한의 위협이 고조됐을 때도 한국의 자산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앞으로 이 대화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지켜보고 싶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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