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문 서명을 마친 뒤 악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4개 사항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의 내용이 포괄적·선언적으로 담겼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정상이 합의한 핵심 내용을 미국 정상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관계 수립 약속 ▲한반도의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구축 공동 노력 ▲판문점 선언 재확인 및 북한의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추진 약속 ▲확인된 전쟁포로의 즉각적 송환과 비확인 전쟁포로 및 실종자 수색 등이다.

◇ 70년 만의 북미 적대관계 청산 ‘주목’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식 합의문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에서의 영속적이고 굳건한 평화적 정권 건설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 보장을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변함없는 약속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담결과 기자회견에 앞서 프레스센터에는 6분짜리 영상이 상영됐다. 주요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 같은 소수의 사람들의 결단이 위대한 역사의 변화를 만들어 내며, 북한에게는 번영과 심각한 고립의 선택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미국 측이 만든 영상으로 김 위원장도 정상회담 말미에 시청을 했으며 상당히 만족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영상 메시지와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결과를 설명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례없는 북미회담이었으며 변화의 가능성을 전세계에 보여줬다는 게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새 역사를 쓰고 있다”며 “전쟁은 곧 종식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숭고한 목숨을 던진 분들의 뜻을 기려 항구적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크게 반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낡고 익숙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새로운 변화를 선택해 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지도자의 용기와 결단에 높은 찬사를 보낸다”며 “미국과 남·북한이 함께 거둔 위대한 승리이고,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의 진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를 써갈 것이다. 그 길에 북한과 동행할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 담대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싱가포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내외신 기자 5,000여명이 자리하는 등 이번 회담에 대한 전 세계의 높은 관심도를 실감케 했다. <뉴시스>

◇ 북한 CVID 명시는 안 해… 아쉬운 대목

물론 기대했던 북한의 CVID가 합의문에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 등 미국 측 협상실무자들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결단을 수차례 촉구했었다. 이날 회담을 끝내고 예정에 없던 합의문 서명식이 공지된 후 기대는 배가 됐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만 담겼다. 내용도 너무나 포괄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은 달랐다. ‘비핵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라는 부분이 명시됐고, 국제사회와 미국의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이행’ 부분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면서 수십억 달러를 사용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말만하고 실행은 이뤄지지 않은 과거가 있는데, 새로운 팀이 구성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70년 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북미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가 미래를 규정할 필요가 없다.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 있는데 어제의 적이 우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서명식에서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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