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이해찬 상임고문 등 민주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크게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4.13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17개 시도자치단체장에서 14석을 쓸어 담았고, 보수정당에 비해 약세였던 기초단체장과 기초선거에서도 과반 이상 석권하게 됐다. 또 국회의원 재보선 12석 중 11석을 차지해 안정적인 원내1당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까지 민주당이 다수를 구성하게 된 셈이다.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이 첫 손에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적폐청산과 소탈한 행보로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민주당의 중도확장을 견인했다. 그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민주당과 비교해 최소 15%에서 최대 30%까지 높았는데, 이는 민주당 지지율 하락을 막는 방파제 작용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포옹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무엇보다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를 내세운 문 대통령의 대북 안보정책이 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의 참가로 조성된 화해분위기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징검다리가 됐다. 북미 정상 간 비핵화 합의문 서명이라는 실질적 성과도 나왔다. 각 정당에서 “역대 이런 선거가 없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게 사실이다.

◇ ‘흡수통일론 → 남북공존’ 국민 안보의식 변화

흥미로운 대목은 민주당이 ‘안보’ 이슈를 내세워 처음으로 선거에서 압승했다는 점이다. 역대 선거에서 알 수 있듯이 ‘안보’는 전유물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보수에 유리한 이슈였다. 남북대결로 긴장감이 고조되면, 안정을 추구하는 유권자의 심리가 표심에 반영되는 원리였다. 선거가 어려울 때면 “북한에서 미사일 한 발 안 쏴주나”라는 농담 섞인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를 불법적으로 이용한 적도 있는데, ‘총풍’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민주당도 ‘안보’ 이슈를 띄워 선거승리를 노렸던 과거가 있다. 16대 총선의 경우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1차 남북정상회담’을 두 달 앞두고 열렸다.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은 ‘햇볕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원내 1당 도약을 노렸으나, 현 자유한국당 계열인 한나라당이 1당을 차지했다. 2007년 10월 노무현 정부도 2차 남북정상회담과 10.4 선언을 내놨지만 두 달 후 치러진 대선과 이듬해 총선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의미하는 바는 작지 않다. 국내 정치사에서 보수가 표방한 대북기조는 북한정권의 몰락을 통한 ‘통일’이었고, 민주당과 진보진영 측은 ‘공존’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과거에는 보수의 대북정책에 유권자들이 움직였다면,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공존’을 지지하는 것으로 변화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드루킹 여론조작 의혹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지지율이 흔들렸지만,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완전히 판도가 변했다”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민주당에 대한 긍정적 파급효과로 이어져 부정적 이슈들을 덮어버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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