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패배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될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한국당이 대패한 것으로 조사돼 '정계은퇴'의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13일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한편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사퇴를 요구하는 당 내부 목소리에 대해 ‘연대 책임론’을 제기하며 자신에 대한 책임론을 희석시킬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를 두고 홍 대표는 13일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는 질문에 아무 말 없이 퇴장했다.

올해 지방선거가 일찌감치 여권 우세 기류로 치러지면서 한국당 내부에서는 ‘홍준표 백의종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본인이 약속한 ‘광역단체장 6곳 사수’ 여부와 상관없이 조기 당원대표자대회(전당대회)를 열고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당 일부 중진 의원들도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나선 모양새다. 충청권에서는 이완구 전 총리를 포함해 정우택·정진석 의원이 차기 ‘당 대표 주자’로 거론된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김무성·정갑윤·이주영 의원 등이 언급된다.

이 가운데 반홍(反洪) 중진으로 언급되는 정우택 의원은 공개적으로 홍 대표에게 ‘백의종군’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면서 사실상 홍 대표에게 백의종군을 요구했다.

이완구 전 총리 역시 지난 10일 송아영 한국당 세종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원할 것”이라며 “모든 정당이 이번 지방선거 전과 후가 달라질 것이다. (조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를 못할 것도 없다”라고 밝혔다.

◇ 홍준표의 아리송한 선택지

한국당 일부 중진 의원들이 6·13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홍준표 체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올해 초 홍 대표가 의원 연찬회에서 ‘연대 책임론’을 제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홍 대표는 지난 1월 29일 의원연찬회에서 “일부에서 지방선거 패배하면 홍준표 물러나고 우리가 당권을 쥔다는 사람들이 있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제가 물러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다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3월 21일, 일부 중진 의원이 자신의 행보에 반발하는 데 대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라며 사실상 2019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당 대표직을 재신임 받아 2020년 총선 공천까지 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반면, 나경원 의원은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후 홍준표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선거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 중에 하나가 '당이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또 반성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들”이라며 “당의 변화도 어떻게 보면 그런 여러 가지 쇄신, 변화(와 관련한) 목소리들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끝나고는 모두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가 많이 얻었던 적게 얻었던 당의 변화를 이야기할 것 같다”라며 홍 대표 사퇴요구를 암시했다.

따라서 홍 대표는 당원들에게 약속했던 광역단체장 6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대표직 사퇴' 뿐 아니라 '정계은퇴'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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