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열린 제7차 전국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그 여파가 바른미래당 지도부 전체로 퍼질 전망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창당 주역이었던 유승민 공동대표도 지선 패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김문수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나란히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배하면서 야권분열의 책임은 뒤집어쓰지 않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에 이어 또다시 2위를 지키지 못하고 3등으로 주저앉으면서, 안 후보를 향한 '2선 후퇴' 혹은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지난해 대선에서 2위가 유력했다가 끝내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에게 역전당하면서 3등으로 주저앉은 바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사실상 당의 총력을 투입했다. 손학규 중앙당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시장 선대위원장을 겸임했으며, 서울지역 현역의원들이 선대본부장을 맡고 당 대변인들도 안 후보 캠프에 투입됐다. 막바지에는 수도권에서 '안풍(安風·안철수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문병호 인천시장 후보,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까지 내세웠다.
특히 국회의원 재보궐 후보 공천과정에서 안 후보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노원병에, 손 위원장을 송파을에 전략공천하려는 등 무리수를 강행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안 후보가 선당후사의 명분을 내세우며 출마하긴 했으나, 누군가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권의 '불문율'인 만큼 화살은 안 후보에게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안 후보가 '당의 간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만큼 당내에서는 '정계은퇴'까지 거론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안 후보 스스로도 정계은퇴는 고려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는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에도 "저는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겠다. 패배의 경험을 한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은퇴설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야권발 정계개편이나 당 지도부 교체과정에서 안 후보는 주도권을 크게 잃을 것으로 보인다.
◇ 안철수, 주도권 상실
유승민 공동대표를 향한 당내 책임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출마론이 분출될 때마다 '지방선거를 지휘하겠다'라며 버텼다.
지난 3월 국민의당 출신의 수도권 원외위원장들 중심으로 유 대표의 경기지사 출마를 촉구했다. 안 후보와 함께 지방선거에서 '선당후사'를 하라는 것이다. 이에 유 대표는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제 뜻은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유 대표가 바른미래당 출범 때부터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유 대표를 향한 공세는 크게 확산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지방선거 이후 예상되는 야권 정계개편 시나리오에서의 역할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 한 석의 광역단체장도 얻지 못했으나, 한국당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6곳+ α'라는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양당 모두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구사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이번 지방선거 압승으로 야권이 공황 상태에 빠지면 이를 수습할 만한 '대권주자급' 인물로는 현재 유 대표가 유일하다.
한국당이 주도하는 '보수야권 재편'이 불가하면 결국 '헤쳐모여식' 정계재편이 남는다. 바른미래당의 국민의당 인사들로서도 주도권을 한국당에 넘겨주는 것보다는 유 대표가 지휘권을 잡는 것이 나은 셈이다.
다만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손학규 중앙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뭉칠 경우 또 한번의 내홍이 예상된다.
손 위원장은 지난 5월 중앙당 선거대책위원장 겸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당무에 정식 복귀하면서 "6월 지방선거 이후 진행될 정계개편을 준비해야 한다"라며 "중도개혁정치가 우리나라 정치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라고 '정계개편의 역할론'을 자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