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작품들이 감독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미스트리스' '슈츠'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포스터.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예전에 있던 영화, 음악, 드라마 등을 전체적인 줄거리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한 채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을 뜻하는 ‘리메이크’. 드라마계에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미스트리스’ ‘슈츠’ 이어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까지. ‘리메이크’가 감독들에게 각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OCN 드라마 ‘미스트리스’가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비밀을 가진 네 여자와 그들에 얽힌 남자들의 뒤틀린 관계와 심리적인 불안감을 다룬 미스터리 관능 스릴러를 다룬 ‘미스트리스’. 해당 작품은 6년 만에 컴백한 한가인을 시작으로 신현빈‧최희서‧구재이 등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배우들로 라인업을 확정지으며 주목을 받았다. 남자 주연배우가 리드하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미스트리스’는 네 명의 여자 배우가 주축이 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둬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미스트리스'에서 열연을 선보인 사진 좌측부터 신현빈, 한가인, 구재이, 최희서.< OCN '미스트리스' 공식 홈페이지 >

‘미스트리스’는 지난 2008년 영국 BBC에서 방송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2013년 미국 ABC에서 리메이크하며 탄탄한 작품성을 한 차례 입증한 바 있다. 원작 ‘미스트리스’는 ‘미국판 사랑과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에 국내 ‘미스트리스’에 수위 정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원작의 스토리 상 OCN ‘미스트리스’는 초반 19금을 달고 전파를 탔다. 이후부터는 한국정서로 스토리를 맞추며 15세로 시청연령을 낮췄다.

국내에서 ‘미스트리스’가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에 영국 BBC 해외드라마 포맷 프로듀서 데이비드 벨쇼는 “OCN 오리지널 ‘미스트리스’는 BBC 원작이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리메이크되는 작품이다”라며 “한가인, 신현빈, 최희서, 구재이의 캐스팅이 매우 기대되며, 네 친구의 삶과 사랑, 그리고 이들이 이끄는 드라마의 재미를 잘 그려나감으로써 한국 버전의 ‘미스트리스’가 더욱 특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14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2TV ‘슈츠’ 역시 해외 원작을 둔 리메이크 작품이다. ‘슈츠’는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전설적인 변호사와 괴물 같은 기억력을 탑재한 가짜 신입 변호사의 브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지난 13일 기준으로 ‘슈츠’는 시청률 9.1%(TNMS 기준)를 기록, 지상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슈츠'에서 브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는 장동건과 박형식.< KBS2TV '슈츠' 공식홈페이지 >

‘슈츠’는 앞서 미국에서 시즌7까지 방송된 인기작으로, 전 세계에 마니아층을 형성 중이다. 이에 한국판 ‘슈츠’는 ‘인기작’이라는 타이틀 아래 숨겨진 부담감을 안고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슈츠’는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에 한국정서를 자연스럽게 입히며 ‘리메이크작의 좋은 예’로 호평을 얻고 있다. 장동건‧박형식의 브로맨스가 돋보이는 이번작품이 마지막까지 호평 속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명 일본 원작도 리메이크로 탄생을 앞두고 있다. 2002년 일본 후지 TV에서 방영된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이 주인공.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은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해당 작품은 역대 최고의 평가를 받은 일본 드라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은 일본 유명 그룹 SMAP 멤버 기무라 타쿠야가 열연을 선보이며 사랑 받았던 작품.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에 캐스팅된 좌측부터 서인국과 정소민.<뉴시스>

이에 한국 리메이크작 캐스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기무라 타쿠야의 자리는 서인국이 캐스팅됐으며, 정소민이 여자주인공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또한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은 tvN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등을 연출한 유제원 감독과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영화 ‘인어공주’ ‘아내가 결혼했다’의 각본을 담당한 송혜진 작가가 의기투합해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과연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이 국내 배우와 제작진을 만나 어떻게 변신할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리메이크’ 작품의 장점은 한 차례 입증된 탄탄한 원작과 화제성이다. 이러한 매력적인 요소는 감독들이 ‘리메이크’를 선택하기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매력적인 만큼 위험도 분명 존재한다. 인기가 높은 작품일수록 원작의 그림자를 벗어나기가 힘들 뿐 아니라, 외국정서를 담은 원작을 자연스럽게 한국정서로 탈바꿈하는 것이 어려운 관건으로 작용하기 때문. 지난해 7월 방송된 tvN ‘크리미널마인드’가 이 같은 사례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동명의 미드(미국 드라마)를 한국판으로 만든 것으로, 범죄행동분석팀 NCI가 범죄자의 심리를 꿰뚫는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수사극이다. 동명의 미드가 2005년 방송돼 시즌 13까지 방송되며, 무려 15년 동안 사랑을 받음에 따라 국내 리메이크 ‘크리미널 마인드’에 대한 화제성은 남달랐다.

그러나 ‘크리미널 마인드’는 첫 회 시청률 4.2%(닐슨코리아 기준)를 시작으로, 마지막 회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해외 수사극 특유의 무거운 톤과 원작 캐릭터와 맞지 않는 몇몇 배우들의 캐스팅이 아쉬움을 자아낸 요인으로 꼽히며 원작의 화제성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다만 이러한 위험성만 넘어선다면 ‘리메이크’는 대중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치명적인 ‘매력’과 ‘가능성’. 감독들의 ‘리메이크’ 열기가 달아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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