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난 13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이 많은 인파로 가득 차 있는 모습. <뉴시스/신화>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이 마침내 14일 막을 올린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개막식에 이어 15일 자정 개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오는 7월 16일 자정으로 예정된 결승전까지 한 달 동안 이어질 축구의 향연에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월드컵은 단순히 국가 간 축구대회에 그치지 않는다. 화려하고 치열한 경기 너머엔 엄청난 돈이 움직이는 ‘쩐의 전쟁’도 자리 잡고 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월드컵의 경제학을 들여다보자.

◇ 선수 몸값만 13조… 우승하면 400억 ‘잭 팟’

축구선수들의 몸값은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PSG가 지난해 네이마르를 데려오기 위해 3,000억원에 육박하는 바이아웃을 지불하면서다. 네이마르를 빼앗긴 바르셀로나는 곧장 18살에 불과한 유망주 킬리안 음바페를 영입하며 약 2,400억원을 투입했다. 2016년 여름 폴 포그바가 약 1,300억원의 이적료 신기록을 쓴지 1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새로운 기록이 세워진 것이다. 이로써 수백억대의 이적료는 크게 주목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이러한 흐름은 월드컵에서도 고스란히 포착된다.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몸값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집계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월드컵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의 몸값은 약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잉글랜드 등은 선수들의 몸값 총합이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들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손흥민을 품은 우리나라도 선수 몸값 총액이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매 경기마다 최소 수천억원, 최대 수조원이 경기장을 누비게 되는 셈이다.

각국을 이끄는 사령탑의 연봉도 입이 떡 벌어진다. 영국의 스탠더드, 브라질의 글로보 등의 외신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월드컵에 나서는 감독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이다. 약 50억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롯데케미칼에서 받은 보수와 같은 수준이다. 브라질의 치치 감독과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도 50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역사상 가장 높은 이적료를 기록한 브라질의 네이마르. <뉴시스/AP>

월드컵을 통한 수익도 상당할 전망이다. 러시아월드컵의 상금 총액은 8,500억을 넘는다. 6,200억원 수준이던 브라질월드컵에 비해 30% 이상 증가 했고, 20년 전인 1998 프랑스월드컵에 비하면 7배 넘게 증가했다.

총 상금 약 8,500억원 중 약 4,300억원은 최종 성적에 따른 상금으로 지급된다. 우승국의 상금은 400억원이 넘고, 준우승국도 300억원 가량을 받는다. 또한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은 모두 기본적으로 86억원 상당의 상금을 받고, 약 16억원의 준비금도 지급받는다. 본선에만 진출해도 100억원이 넘는 돈을 확보하는 셈이다.

선수들에겐 자신의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 특히 깜짝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스타 등극과 함께 거액의 이적료 및 연봉으로 명문구단에 입성하곤 한다. 브라질월드컵에서는 환상적인 골을 비롯해 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등극한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1,0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이제는 먼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끈 박지성도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입성했다.

특히 최근 선수 몸값 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로또’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 대표팀을 응원하는 대형랩핑이 설치되고 있다. <뉴시스>

◇ 치맥하기 딱 좋은 시간… 대표팀 성적이 경제효과 가를 듯

월드컵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선수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만큼, 엄청난 경제효과도 기대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월드컵에 따른 경제효과가 오는 2023년까지 약 28조원~3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여기엔 대규모 인프라 및 경기장 건설, 일자리 창출, 그리고 관광산업 성장 등이 담겨있다.

물론 월드컵을 치르는데 드는 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12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들였다. 때문에 ‘적자 월드컵’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기도 한다. 실제 브라질의 경우 많은 비용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이 월드컵 이후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즉, 월드컵 경제효과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대회 이후의 노력도 상당히 중요하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만큼, 월드컵은 기업들의 마케팅 축제로도 여겨진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FIFA를 후원해온 현대자동차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도 세계적인 밴드 마룬5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준비했다. 국내에서도 단체응원 행사를 준비하는 등 월드컵 분위기를 이끌 전망이다.

치킨, 피자 등 배달업계와 주류업계 등도 대목을 기대하고 있다. 마침 이번 월드컵은 주로 새벽 및 아침 시간에 경기가 진행된 브라질월드컵과 달리 ‘치맥’ 등과 함께하기 좋은 시간에 열린다. 첫 경기인 스웨덴 전은 18일 밤 9시, 멕시코 전은 24일 자정, 조별예선 마지막 독일 전은 27일 밤 11시로 각각 예정돼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저마다 월드컵 이벤트를 내걸고 있다. 다만, 예년과 비교하면 월드컵 분위기가 다소 잠잠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실시된 북미정상회담과 지방선거에 관심이 쏠려있고,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낮은 탓이다.

결국 국내에서 나타날 월드컵 경제효과는 대표팀의 경기내용 및 성적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월드컵처럼 실망만 안겨준다면, 경제효과는커녕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낮은 기대를 뒤집는 모습이 나타날 경우 월드컵 경제효과는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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