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박원순·김문수·안철수 후보 다음으로 표를 많이 얻었고 진보정당인 정의당 김종민 후보(1.64%)를 앞질렀다. <녹색당 페이스북>

[시사위크=은진 기자] 8만2,874표. 1.7% 득표. 전체 4위.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6·13 지방선거 성적이다. 박원순·김문수·안철수 후보 다음으로 표를 많이 얻었고 진보정당인 정의당 김종민 후보(1.64%)를 앞질렀다. 조직과 자금력이 부족한 원외정당으로서는 큰 성과였다. 소수자의 생명과 자연을 옹호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녹색당의 등장으로 정치적 다양성이 확보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집권여당이자 원내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의 약진이 눈길을 끈 이유다.

녹색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제주도지사 두 곳에 광역단체장 후보를 냈다. 서울시 강남구청장, 기초의원 12명, 비례대표 17명 등 총 32명의 후보를 냈지만 한 곳도 당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녹색당은 “녹색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는 같은 진보정당으로 분류되는 원내정당인 정의당 후보를 눌렀고 고은영 제주지사 후보는 자유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전체 3위를 했다.

녹색당은 14일 논평을 통해 “애초에 목표했던 당선자를 낸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당원들의 선거경험을 늘리고 대중적인 정치인을 만든다는 목표는 일정정도 달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선거평가를 통해 이 경험들이 다음 선거로 이어지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지예 후보의 ‘페미니스트 후보’라는 선거 슬로건은 선거기간 내내 화제를 모았다. 신 후보는 이날 녹색당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올린 글에서 “저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불신에 도전하고 싶었다. 페미니스트라는 찬란한 단어를 도시 곳곳에 문신처럼 새기고 싶었다. 차마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드러내지 못하던 많은 시민이 선거 벽보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두근거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를 대변하지 않는 정치에 무력감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키우는 대신 ‘당신을 대변하는 후보가 바로 여기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동안 정치가 배제해온 모든 소수자와 함께 평등의 시대로 넘어가자고 외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또 “저는 오늘 낙선했다. 그러나 낙심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 페미니스트 정치의 시작점은 제로가 아니라 1.7%이기 때문”이라며 “2018년 지방선거는 페미니즘 정치의 용감한 첫걸음이다. 사랑이 혐오를 이길 것이다. 뜨거운 연대의 정신이 차별을 무너뜨릴 것이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역 지사였던 무소속 원희룡 당선인(득표율 51.72%)과 민주당 문대림 후보(40.01%)의 뒤를 이어 득표율 3.53%로 3위를 차지한 고은영 제주지사 후보도 두드러진 성과였다. 고 후보는 “선거결과에서 3위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도민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3위의 의미를 저희는 잘 알고 있다. 그 역할 잊지 않고 열심히 해 나가겠다”며 “아울러 정당투표로 보여주신 그 표도 잊지 않고 있다. 도민여러분의 선택이 선거결과에서는 사표가 되었지만 제주 정치에서는 사표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고 후보는 “녹색당과 고은영은 선거를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이전과 같이 제주도에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는 건강한 정치세력으로 남겠다”며 “제주녹색당과 고은영은 민주당이 장악한 도의회와 다시금 도정을 장악한 원희룡 도정을 감시하고 견제하겠다. 투명하고 소통하는 도의회와 도정을 만들기 위해 비록 원외 정당이지만 녹색당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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