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미국시각) 기준금리 0.25% 인상을 발표하는 제롬 파월 연준의장.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국시각 14일 새벽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2%로 올라섰다. 2008년 10월 이후 약 10년여 만에 기준금리 2% 시대가 열린 셈이다.

◇ 짧고 간결했던 파월의 정책성명서

한국시각 14일 새벽 3시에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성명서는 유난히 짧았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단 네 문단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아냈다. 길이만 짧을 뿐 아니라 사용한 표현도 쉬웠다. 블룸버그는 “전임자인 재닛 옐런이 전문적인 표현을 즐겨 썼다면 파월은 ‘쉬운 영어’로 경제 현황을 요약했다”고 분석했다. 저명한 경제학자 출신이었던 옐런이나 버냉키와 달리 파월은 책상 앞보다는 무대 위가 더 어울린다는 단평도 곁들였다.

정책성명서의 핵심은 미국 경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었다. 취업률과 실업률, 민간소비와 기업의 고정투자 등 지면에 오른 모든 경제지표들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노동시장과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의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의 성장 경로는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연준이 경제계의 부담을 우려하지 않고 금리를 인상하는 배경이 됐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정책성명서에서 언급된 것처럼, 미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한 만큼 금리 인상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충격이 없진 않았다. 현지시각 오후 2시, FOMC가 금리 인상을 발표하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분 만에 50p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2만5,203p로 전일 대비 0.47% 하락했으며 S&P500지수도 0.40% 하락한 채 장을 마무리했다.

◇ 3% 금리도 머지않았다… 9월 인상 가능성↑

10년 전 미국이 2%대 기준금리를 단 8개월도 유지하지 못했듯, 미국이 1.75~2% 금리에 머물러있을 시간도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엔 10년 전과는 방향이 반대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세계가 기준금리 2%를 넘어 3%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FOMC가 끝나고 발표된, FOMC 위원 15인의 미래 기준금리 경로를 담은 점도표에서 8명의 위원이 2019년에는 기준금리가 3%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위값은 3.1%로 지난 3월 조사보다 0.2%p 상승했다. 연내 2회 인상이냐 1회 인상이냐에 대해선 아직까지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빠른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위원회는 기준금리의 점진적인 인상을 예상한다”며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노동시장의 강화, 중기적 관점의 2% 물가상승률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정책성명서가 바로 이 세 항목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면서 연 2회 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힘을 받았다. 올해 FOMC는 모두 네 차례(8·9·11·12월) 남아있으며, 연준이 2회 연속 인상에 부담을 느낀다면 9월 FOMC에서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6월 초에 있었던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조사에서는 84%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경상수지 흑자국가 한국, 금리격차 ‘감내 가능’

미국 경제는 파월 의장의 말처럼 견고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을 다른 여러 나라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에 다수 신흥국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타이와 오스트레일리아(1.5%), 뉴질랜드와 한국(1.75%)은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다. 이들 국가는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감내하면서 기준금리를 예정보다 빨리 인상하거나, 자국 경제시스템을 믿고 금리역전시기를 보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타이는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10%를 넘을 정도로 경제 환경이 양호해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뉴질랜드는 낮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전망이다. 2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미래는 통화가치의 변동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경제규모와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다른 세 국가들과 비교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오랜 경상수지 흑자국가임을 거론하며 타이와 함께 ‘중앙은행이 금리 격차를 우선요소로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로 뽑았다. 지난 1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현상에 대해 “양호한 대외건전성·글로벌 경제성장세 지속과 중국과의 관계개선 등으로 인한 기업실적 개선 기대감을 고려할 때 외국인 주식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달러화의 강세와 일부 신흥시장의 금융 불안 등으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에 유출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제기됐다. 또한 높은 가계부채·기업부채 비율이라는 한국경제의 취약점이 악화된 국제경제여건에 자극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14일 코스피는 1.84% 하락하며 미국의 금리인상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