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을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취임 1년차의 소회와 2년차의 정책 추진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취임 초부터 ‘재벌 개혁’과 ‘사회·경제적 약자’ 보호를 강조했던 김 위원장은 후자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자와 관련해서는 속도와 실효성 지적이 늘 따라다녔다. 김 위원장은 14일 오전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선 자체적인 동력 학보는 물론 국회를 설득하는 작업 역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김상조 공정위’ 1년, 어떤 일 했나?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1년 동안 사회·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해 ‘갑질 근절’을 힘 있게 추진했다.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갑질과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및 하도급거래 관행 개선에 집중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취임사에서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고 있는 골목상권 보호와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각종 식자재와 원부자재를 필수품목으로 정해 가맹점에게 폭리를 취하는 프랜차이즈 갑질에 칼날을 들이댔다. 지난해에만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과 유통 갑질 근절 대책,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방지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 대책을 내놨다. 올해 5월에는 대리점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 방안을 발표하며 ‘4대 갑을 관계 분야’의 개선책을 완성했다.

하지만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는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편법적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의제로 정하고,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을 주문했다. 지난해 취임 직후 삼성·현대차·SK·LG 그룹과 회동했고, 11월에는 현대차·SK·LG·롯데 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지난 5월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과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두산 등 10대 그룹으로 외연을 넓혔다.

일부 대기업들이 개선안을 내놨다. 한화그룹은 그룹 컨트롤타워를 해체했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제체 개편을 완료했다. 효성 역시 이달부터 기업집단을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1조원어치를 매각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순환출자 해소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외에 SK·LG·롯데·현대중공업·CJ·LS·대림·태광 등도 구조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최근 1년새 282개에서 41개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조 위원장은 14일 간담회에서 “갑을관계 개혁으로 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 등 분야별 대책을 마련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면서 “재벌개혁은 지배구조와 경영관행에 대한 자발적 변화를 유도했고,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14일 열린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석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항의하는 피켓이 붙어있다. <뉴시스>

◇ “재벌개혁, 실효성 높이고 국회와 소통해야”

그러나 이 같은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는 늘 비판이 뒤따랐다. 취임 초기부터 1년 동안 자발적 개혁을 유도하는 데에만 그쳤다는 게 주된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김 위원장과 10대 그룹의 만남 후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은 취임 1년 동안 재벌그룹과의 3번째 만남 내내 ‘자발적 노력’을 당부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자발적 노력만 요구할 것인가. 이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다”면서 “우리 역사상 재벌의 자발적 노력으로 개혁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정위의 강력한 의지와 발 빠른 조치가 요구되는 이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발표한 ‘문재인 정부 재벌정책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 평가 1차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53.7%가 정책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도 지난달 4일 문재인정부 1년 재벌개혁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30대 재벌 자산의 GDP 비중은 여전히 100%가 넘고, 재벌가문으로의 소유 및 경제력 집중도 심화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김 위원장의 2년차는 새로 마련한 제도들이 기반을 다지도록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홍진(가맹거래사) 인천시 불공정거래피해상담센터 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프랜차이즈 업계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과 업계의 자체 개선안이 발표됐다”면서 “그러나 아직 실제 현장에서 점주들이 체감하는 정도는 크지 않다. 실효성을 위해선 공정위의 철저한 감시와 평가가 지속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수장이 바뀌어도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적·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도 수동적인 자발적 유도 정책을 넘어 공정위의 권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실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1년 동안은 공정위 내부개혁과 프랜차이즈 갑을 문제, 공정거래법 개정 작업 등에 치중해왔다”면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는 공정위의 본질적인 업무에선 다소 벗어난 것이다. 재벌개혁도 자체적으로 시행령 개정 등으로 당장에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곧 공정거래법 개정 작업이 마무리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 수 있다”면서 “그간 국회와 거리를 뒀지만, 결국 마주해야 할 문제다. 앞으론 국회를 설득하는 작업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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