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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의 ‘문예노트’] ‘기억의 간격’ 서윤희 작가의 오픈 스튜디오
하도겸 칼럼니스트

“치유의 화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는 서윤희 작가. 그는 기억의 간격이라는 타이틀로 15여년 간 회화를 비롯하여 영상 및 설치의 작업을 하고 있다. 자연의 흔적으로 만들어져가는 다층적 시공간을 다루는 작업에 염료를 비롯하여 자연재료를 사용하여 시간의 지층을 만들어 낸다. 지난 15년만으로도 부족한지 그는 앞으로도 10년 후까지 염두에 두고, 그때까지의 영상작들을 모아 각기 다른 시공간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렇게 축적된 작업 모두가 하나의 완성된 의미있는 기록물이 될 것 같다.

작업의 과정은 작가 자신에게는 치유의 과정이다. 고통이 생기고 시공간이 바뀌면서 상처는 사라지기도 하고 감춰지기도 한다. 까닭에 그의 작업은 기억 속 그리움이나 상처를 회화 안에서 자연의 흔적으로 녹여내고 그 기억을 정화시키는 일인 셈이다. 회화작품들은 그러한 시간이 쌓아올린 결과물이며 영상작품은 회화의 과정인 동시에 신체미술로서 자신과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필연적인 행위의 표현이다.

그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일기장과 같다. 그와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을 대하며 하루하루 일기 속 기억의 파편들을 찾아내 읽는다. 어쩌면 서 작가는 목적을 가지고 작품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일상 속에서 말이 서툴러서 하고 싶은 말을 자신의 작품 속에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소통을 시도하는 서 작가의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지켜 본 사람은 비밀 코드가 담긴 흔적들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서 작가는 길을 가다가 문득 서서 뒤돌아보고 자신이 걸어온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발자국을 찾아보고 나서야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걸어 왔구나!’라고 알아차리는 작가 같다. 성실하게 그리고 바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반추하며 스스로 작가로서의 인생 여정의 방향을 선택한다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 서작가의 인생 여정을 이번 오픈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서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언뜻 보면 온실 속의 아름답게 가꾸어진 난초 같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피어난 들꽃 같은 작가. 어쩌면 고통스러운 역경과 시공간 등의 환경을 초월하여 그런 흔적마저 우리에게 담담히 전하면서도 평범함을 잃지 않는 모습의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서 작가는 인사동 한복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금까지의 작업 ‘기억의 간격’에다가 4층이라는 의미의 F, 즉 인생에서 네 번째 시기에 들어섰다는 뜻을 합쳐 ‘Memory Gap #F’라고 이름 붙인 공간이다. 어린 시절 초년을 지나[1기] 결혼을 통해 인생의 황금기[2기]를 맞이했다. 작가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때[3기] 그리고 자신의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시기[4기]가 시작됐다는 의미가 반영된 듯하다.

작업실 ‘Memory Gap #F’에서 열리는 오픈 스튜디오는 2017 터키 이스탄불비엔날레 병행전 전시장인 Haydarpasa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기차역을 한국으로 공간 이동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바로 여기(이스탄불의 전시공간)였구나’라고 하고 간접 체험할 수 있게끔 공간을 배치하고 설치했다. 흑해바다에서의 터키여인과의 퍼포먼스 당시 사용했던 바닷가 소금은 터키의 염료와 향신료 등과 함께 어우러져 스스로를 태우며 흔적을 남긴 그런 느낌을 전한다. 터키에서는 동네 강아지들이 들어와 밟고 지난 흔적이 소금 위에 남았지만 이번에는 어떤 흔적이 남을지 궁금하다.

서윤희 작가의 ‘Memory Gap -Istanbul’ 오픈스튜디오는 오는 6월 19일(화) 오후 6시 오프닝을 시작으로 30일(토)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168번지 와담빌딩 3-4층에서 열린다.

작가 작업에 있어서 소금매체는 매염재의 역할을 한다. 매염제란 서 작가 회화작품의 주요 재료이기도 한 염료를 천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매개 물질을 말한다. 인체에 꼭 필요한 요소인 소금은 민속에서는 악의 기운을 막고 귀신 등을 쫓아버린다. 평범한 갤러리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전시 내용이기에 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공간에서 오픈 스튜디오 형식을 빌어 2017 이스타불 비엔날레에서 전시된 삶의 흔적을 표현하는 시간의 결과물을 가져왔다.

이번 전시에서 비로소 터키 여성과의 만남으로 시작된 이 전시가 드디어 종착점에 도달할 듯  싶다. 새로운 공간에서 인생 4막을 맞이하는 서 작가는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갈 것이다. 또 다른 시작이라는 의미도 가진 이번 전시는 그녀의 이전 전시와 마찬가지로 여성으로서의 삶, 어머니로서의 삶, 흔적 , 아픔, 상처를 치유하고 염원하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할 것이다.

※ 서윤희 작가의 ‘Memory Gap -Istanbul’ 오픈스튜디오는 오는 6월 19일(화) 오후 6시 오프닝을 시작으로 30일(토)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168번지 와담빌딩 3-4층에서 열린다.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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