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정부부처의 내년도 예산요구액을 모두 합하면 460조원에 가까운 액수다. 8개 분야에서 올해 예산보다 요구액이 늘어난 반면 줄어든 분야도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내년에도 정부 지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2019년도 예산 요구 현황’에 따르면 각 정부부처가 요청한 2019년도 예산의 총합은 458조1,000억원으로 올해 예산(428조8,000억원)보다 6.8% 많다. 물론 이 예산안이 그대로 내년 예산서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년에도 국회가 각 정부부처가 요구한 예산보다 더 많은 액수를 인준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46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이 탄생할 가능성은 상당해 보인다.

◇ 복지목표 이행 위해 9조원 증액

전체 예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보건·복지·고용분야가 가장 큰 폭의 증액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민생경제를 핵심 가치로 내걸고, 국정과제에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 보장’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의 목표가 포함됐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2018년 예산보다 9조1,000억원 늘어난 153조7,000억원이 보건·복지·고용분야에 사용될 계획이다.

늘어난 복지예산은 하반기부터 하나 둘 확대되는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우선 오는 7월부터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올해 2월 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아동수당법이 통과되면서 신설된 급여제도로, 보건복지부는 당장 약 235만명의 아동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9월에는 기초연금 지급액이 월 20만9,960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된다.

◇ 조세수입과 함께 늘어난 지방행정·교육예산

2018년도 예산과 비교해 요구액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교육 분야였다. 올해보다 7조2,000억원, 비율로는 11.2%가 늘어난 71조3,000억원이 요구됐다.

주된 원인은 조세수입과 함께 늘어난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이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게 교육·교육행정기관을 운영할 재원을 마련해주도록 규정한 법안에 따라 내국세 총액의 20%가 지방교육 재정교부금(특별교부금 포함)으로 사용된다. 올해 4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4조5,000억원 많았을 정도로 세입여건이 좋았기 때문에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의 규모도 그만큼 늘어났다.

일반·지방행정 분야도 마찬가지로 내국세의 일정 비율로 정해지는 지방교부세 요구액이 늘어나면서 76조5,000억원, 2018년 예산보다 10.9% 많은 액수가 요구됐다.

◇ R&D, 양보다 질 선택

경제규모에 빗대보면 한국은 연구개발(R&D) 분야에 상당히 많은 액수를 투자하고 있는 나라다. GDP 대비 연구개발 예산과 총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서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2위며, 단순 지출규모로도 미국·중국·일본·독일에 이은 세계 5위다. 2019년도 R&D예산 요구액이 20조1,000억원, 2018년 예산보다 단 0.3%밖에 늘어나지 않았음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지 않은 이유다.

오히려 문제는 투입되는 액수가 아니라 그 결과물이다. 한국의 기술수출액은 2016년 기준 106억8,700만달러로 기술도입액보다 40억달러 이상 적다. 기술무역 적자가 60억달러까지 늘어났던 2015년보다는 나아졌지만, 지출에 비해 연구개발 효율이 낮다는 약점은 여전하다. 이를 두고 ‘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표현까지 생겨난 것이 현실이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제도를 뜯어고치기 위해 나서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연차평가 폐지와 연구자의 자율성 확보를 명시한 규제혁파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신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개혁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제도의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 올해도 허리띠 졸라매는 인프라 예산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예산이 깎여나갔다. 2017년 22조1,000억원이었던 SOC 예산은 작년 19조원으로 줄었으며, 올해는 16조9,000억원만 요구됐다. 그간 건설된 사회간접자본시설, 통칭 ‘SOC 스톡’이 충분하다는 것과 이월금으로 예산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환경 분야 또한 환경기초시설(쓰레기 매립장·소각장·하수도 처리 시설 등)의 인프라 감축을 이유로 요구예산이 약 3,000억원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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