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과 업무오찬을 마치고 친교산책을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대했던 북한의 CVID 약속은 받아내지 못한 채, 한미연합훈련 축소라는 결과만 나왔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훈련축소→전시작전권전환→주한미군 철수’ 시나리오를 밟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그러나 역대 합의와는 분명히 다른 흐름들이 읽히고 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서명을 통해 ‘북미관계 재정립’과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에 공약했다는 점이 꼽힌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과거 협상과 달리, 한반도 평화와 역내 번영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역대 진보정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미국 정부의 강경기조에 막혀 추동력을 얻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3대 악의 축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라는 문구가 삽입됨으로서 한국과 미국 정부의 기조를 일치시킬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 역시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현재 북미 간에는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그러나 비핵화 과정과 이에 상응하는 보상 단계를 거치는 데는 긴 시간이 요구된다. 따라서 최종 단계까지 양측의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15일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처음부터 잘 맞았다’ ‘케미가 있었다’고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분간의 개인적인 신뢰관계가 구축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이전과는 달라진 부분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전날인 11일 밤 마리나 베이센즈 전망대 시찰에 나섰었다. ‘은둔의 지도자’라고 불렸던 김정은 위원장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북미정상회담과 합의문 서명 절차를 밟음으로서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싱가포르 회담이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견인해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싱가포르 회담 이전과 이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라며 “남북정상회담과 북중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미국이 북한을 동등한 대화 파트너로 인정해준 게 북한이 정상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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