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가 아티펙스와의 오픈소스 무단도용 분쟁에서 205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한컴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지난해 오픈라이선스 위반 혐의로 제기된 소송과 관련, 수백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컴과 아티펙스(Artifex) 간에 발생한 오픈소스 무단도용 관련 분쟁소송이 1심 재판 중인 지난해 12월 종료됐다. 한컴은 아티펙스에 205만 달러(약 23억원)의 합의금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컴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조기종결을 위해 합의한 것일 뿐, 침해를 이유로 비용을 지급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해당내용은 합의서에도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즉,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진 않지만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합의했다는 뜻이다.

다만 한컴이 제기한 ‘약식판결’의 기각 후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컴이 향후 소송에 불리함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연방민사소송법상 ‘약식판결’은 재판을 진행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통상 약식판결이 거절되면 원고의 청구가 근거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 아티펙스, 2016년 한컴 상대로 소송제기

이번 사건은 아티펙스가 한컴을 상대로 자신들이 개발, 공개한 오픈소스 ‘고스트스크립트’를 무단 도용했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오픈소스는 사용이 자유로운 대신 적용된 라이선스에 따라 개발자에게 다양한 의무가 부과된다. 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라이선스는 자유소프트웨어 재단이 만든 GPL(일반공중 라이선스)로, 이를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경우 코드를 공개해야 한다.

아티펙스는 ‘고스트스크립트’에 GPL 또는 상용라이선스 등 듀얼 라이선스를 적용했다. 예를 들면 ▲무료로 사용할 경우 오픈소스가 적용된 소프트웨어의 코드를 공개해야 되고 ▲코드 공개가 싫다면 사용료를 내고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티펙스는 ‘한컴이 수년 전부터 고스트스크립트를 사용해 한컴오피스 문서를 PDF 문서로 변환하는 기능을 구현하면서도 코드공개 또는 사용료 지불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티펙스는 지난 2016년 중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고장을 한컴에 보냈고, 한컴은 바로 자사 소프트웨어에서 고스트스크립트를 삭제했다.

하지만 소송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티펙스는 같은 해 말 한컴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지방법원에 ‘GPL에 따라 성립된 계약위반 및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요구사항은 한컴의 고스트스크립트 사용정지를 비롯해 그간의 로열티 지불, 그리고 GPL계약에 따른 소스코드 배포명령 등이다.

◇ 한컴, 약식재판 신청으로 대항

한컴은 ‘약식재판’ 신청 등 소송 무효화 전략으로 맞섰다.

주장의 요지는 ▲‘미국 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특허침해에 연방저작권법 적용이 안되며 ▲현지법 상 계약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배제된다는 것. 또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오픈소스인 만큼, 무단도용에 따른 금전적인 손해도 끼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 외 GPL과 관련, 자신들의 동의가 없었기에 효력 있는 계약으로 봐선 안 된다는 논리도 펼쳤다.

즉, 한컴은 이번 사안은 미국 내 저작권법으로 다룰만한 사안이 아니며,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다투기에도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례 상 저작권 침해요소가 모두 미국에서 발생해야 저작권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일관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GPL에 기초한 이 사건은 저작권 침해와 동일하지 않다’면서도 ‘국외적 침해로 연방저작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계약위반이 주장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법원은 ‘아티펙스가 고스트스크립트에 GPL과 더불어 ‘상업용 라이선스’를 동시 적용했다는 점에서, 금전적인 손해 산정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한컴이 제기한 약식재판은 지난해 9월 기각됐고, 한컴은 같은 해 12월 경 아티펙스와 합의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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