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논란이 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거수경례 사진 <폴리티코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주류언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른바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렸던 싱가포르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일부 외신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만 이익을 본 회담이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도 나왔다.

이를 감안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합의안에는 없었던 일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ICBM 시험장 폐기’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이 대표적이다.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로 갈음했다. 그러면서 북미합의는 ‘포괄적 내용’이며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사실 정상 간 합의문은 구체적 내용을 담기보다 선언적 형식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특수성,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교환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보면 정상 간 일반적으로 나올 수 있는 합의문”이라고 했다. 즉 합의문 내용만으로는 평가가 어렵고 얼마나 빠르고 실질적으로 합의문 이행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합의문 내용상 미국 측에서 손해만 봤다고 보기도 어렵다. ‘판문점 선언 지지’와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등이 담겼을 뿐, 이에 대한 미국의 의무나 대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는 ‘썰전’에서 “대북제제 해제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고, 박형준 교수는 “(합의문 서명을 통해) 김정은이 비핵화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도록 한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앞으로 주목해야할 대목은 합의문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실질적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 단계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장 폐기와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내 비판여론을 돌파하고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누구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조속한 시일 내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트위터에 “가짜뉴스들이 서로 협력해 내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에 많은 것을 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우습다”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아시아 전역에서 칭송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동안 실패했던 협상에 초점을 맞추려는 자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많은 것을 얻었고, 최종적으로 더 많은 것을 추가할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인질과 (미군) 유해도 얻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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