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생중계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치에 참여한 목표 중 하나를 이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6.13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1990년 3당합당 이후 굳어진 지역주의와 색깔론 정치가 끝난 것이 확인됐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정말 뜨거웠던 일이고, 3당 합당 이후 약 30년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눈물 흘리면서 노력한 결과”라며 “다른 지역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실감이 덜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역주의와 색깔론에 의지하는 분열의 정치를 꺾어놔야 우리 정치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 ‘3당 합당’서 시작된 지역대결 구도 종결

‘3당 합당’이란 1990년 2월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과 야당인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을 선언한 사건을 말한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은 원내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125석 획득에 그쳤다. 반면 야권은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3김이 각각 이끌던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의석을 합치면 165석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됐다.

한국당의 TK고립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6.13 지방선거 <뉴시스>

이에 민정당은 통일민주당 및 신민주공화당과의 합당을 추진했고, 김영삼 대표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간다”며 수많은 비판과 비난을 무릅쓰고 이를 받아들였다. 3당 합당 사건으로 TK와 PK, 충청세력이 합쳐지면서 호남고립과 동서 지역주의 정치가 가속화됐다. 3당 합당에 반대해 통일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PK기반 정치세력이 있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는 영상중계시스템을 통해 모든 청와대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진행됐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논의에 집중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1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간 생중계를 하게 됐다. 영상중계로 청와대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책상에서 공개는 물론이고 비공개 토론까지 시청할 수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에 한해 회의 전 과정을 직원들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 오만·부패·독선에 경고 메시지

생중계를 감안했을까. 문 대통령은 평소보다 장시간 모두발언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유능 ▲도덕성 ▲태도 등 각각 세 가지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바라는 내용이었다. 선거결과에 취해 오만해지거나 청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일종의 ‘공직기강 다잡기’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공직에 근무하는 가장 기본이 유능함이라 생각한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국정을 이끄는 중추다. 청와대야 말로 정말 유능해야 한다”며 “경험이 중요한데 모두 1년의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이제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뭐 좀 서툴 수 있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도덕성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청산이고 그 중심에 부정부패 청산이 있다.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면 국민들의 바람과 중요한 국정과제를 실현할 수 없다”며 “도덕성이란 면에서도 한번 더 자세를 바로하는 결의를 함께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국민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태도, 사용하는 언어, 표현 방법, 이런 태도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태도는 결코 형식이 아니라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모시는 존재가 공직자라면, 이런 본질이 태도에서 표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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