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김동철(오른쪽) 비대위원장이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을 예방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참패로 '보수'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보수 정당의 대표를 자임한 자유한국당은 물론 '개혁적보수'를 내세웠던 바른미래당에서도 '보수'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야권에서 이처럼 '보수'를 멀리하는 것은 기존의 '보수' 이념이 표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동안 보수라는 가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뉴노멀(New normal)에 걸맞은 뉴 보수정당으로서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 정당·경제적 실용주의 정당·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시대정신에 맞는 정의로운 보수의 뉴 트렌드를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구냉전, 반공주의에 매몰된 낡은 것을 스스로 혁파하고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보수, 뉴트렌드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도 "처절하게 당을 쇄신해 경제중심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겠다"며 안보가 아닌 경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념 정체성 논란이 최대 난제인 바른미래당도 '보수'에 거리두기는 마찬가지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1차 비대위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은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더불어민주당과 반성할 줄도 모르는 원조 적폐정당 한국당을 대체하기 위해 숱한 고뇌와 번민을 헤쳐오며 만들어진 중도개혁 정당"이라며 "바른미래당은 누가 뭐래도 다당제의 가치를 지켜내고 중도개혁, 실용주의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여전히 보수 가치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누구한테나 다 소신과 철학이 있겠지만 당내의 다수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그때는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리감을 둔 바 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왼쪽)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뉴시스>

◇ '반공'에 집중한 야권

보수의 가치에 여러가지가 있지만, 국내에서 '대북안보' 분야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국내외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여부에 촉각을 기울였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반공' 이미지만 부각했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아무런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보장도 없이 한미(연합) 군사훈련도 취소하고 (주한)미군 철수도 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오로지 김정은 요구만 들어주고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대실패 회담이었다"고 혹평했고,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왜곡된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반공' 이미지가 이번 지선 참패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심판의 요소가 이런 냉전 극우를 청산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보분야는 대북제재나 북핵폐기와 같은 강경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으로 넓게 보면 안보정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 비핵화, 남북대화, 대북지원 등 여러 분야의 대북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해서는 유독 국내 정치권에서 잘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여당이나 진보진영을 비롯해 보수정당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가령 선거 직후인 지난 14일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의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밝혔으나 여태까지 이를 문제삼은 정당은 전혀 없다. 그나마 김영우·홍일표 한국당 의원 등이 개인자격으로 성명서를 내는 수준에 그쳤다.

김영우 의원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사진 추천 문제로 또다시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여야 할 것 없이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며 "이제 지방선거도 끝났고, 국회도 본격적으로 원구성 협상을 시작하는 만큼, 여야는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즉각 북한인권재단 이사진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어줍잖은 임차료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북한인권법으로 정한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하며,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위해 형식적 핑계가 아닌 실질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정강정책 중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북한 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을 국제 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주민의 알권리 보장 등 인권 개선과 개혁‧개방 지원을 통해 북한동포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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